"정이 들어서 끝맺음도 서울 삼성에서 하고 싶다".
주희정(39, 서울 삼성)이 전인미답의 금자탑을 쌓았다. 주희정은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3라운드 안양 KGC와 원정경기에 출전해 프로 통산 10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 1000경기 출전은 KBL 역사상 1호 기록이다.
이날 기록한 2어시스트 1리바운드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주희정은 KBL 최다 어시스트, 최다 스틸 등 굵직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 경기에서의 아쉬움은 잊은지 오래다.
경기 후 만난 주희정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축하의 메시지를 너무 많이 받았다. 기분보다는 삼성 구단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1000경기까지 온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은퇴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코트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로 남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 시점은 미정이다. 계획에 없다. 주희정은 "오래 뛰고 싶다. 선수라면 누구나 오래 뛰고 싶을 것이다.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고 다음 시즌에 대해 구단, 그리고 이상민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일단 올 시즌 마무리를 잘하고 다음 시즌을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적다. 김태술이 삼성으로 팀을 옮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주희정은 "다르게 생각하면 태술이가 와서 경기도 잘해주고 성적도 잘 나오고 있다. 태술이가 없다면 경기에 많이 뛰어서 체력이 더 고갈됐을 수도 있다. 1분, 5분을 뛰어도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됐다. 내가 태술이의 체력 안배 해줄 수 있다. 상부상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로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를 돌이켜본 주희정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면서 "나래 블루버드에서 첫 단추를 너무 잘 꿴 것 같다. 그래서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군대를 안 간 것도 내게는 좋았던 것 같다"며 "초반에 연습생 신분이어서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2달 정도를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그것도 행운인 것 같다. 덕분에 다음 시즌부터 뛰어 최초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달을 뛰었다면 신인상을 못 받았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희정은 가장 인상적인 시즌으로 2000-2001을 꼽았다. 삼성에서 통합 우승을 달성했을 때다. 그래서일까. 주희정은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 마지막은 삼성이다. 처음은 나래였지만 가장 오래 뛴 구단이 삼성이다. 지난 시즌 나이가 40세(만 38세)가 되어 돌아왔는데도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함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또한 정이 들어서 끝맺음도 삼성에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안양=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