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미국통신] 드웨인 웨이드, 시카고의 장미향을 지우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2.24 06: 17

데릭 로즈(28, 뉴욕 닉스)는 라이벌 팀으로 떠났다. 하지만 불스팬들은 외롭지 않다. 드웨인 웨이드(34, 시카고 불스)가 있기 때문이다. 
NBA 오프시즌의 대표적 사건 중 하나는 ‘프렌차이저’들의 연쇄 이적이었다. 입단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던 팀의 간판스타들이 과감하게 자리를 옮겼다. 2008년 전체 1순위로 시카고 불스에 지명된 로즈는 라이벌 뉴욕 닉스로 자리를 옮겼다. 시카고의 심장이었던 로즈의 이적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한 케빈 듀런트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적은 끝이 아니었다. 시카고는 2003년 마이애미 입단 후 3개의 우승반지를 선사한 드웨인 웨이드를 데려왔다. 로즈가 뛰던 포인트가드는 '어시스트 머신' 라존 론도가 보고 있다. 로즈의 이적에 아쉬워했던 불스팬들은 어느새 웨이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 시즌을 맞았다.  

▲ 데릭 로즈의 팀이었던 불스
2008년 미국프로농구(NBA)에 전체 1순위로 데뷔한 로즈는 2011년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1998년 마이클 조던 이후 불스 선수가 MVP를 타기 까지 13년이 걸렸다. 불스팬들은 시카고에서 태어난 로즈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불스가 오랜 암흑기를 벗어나 우승을 탈환하는데 로즈가 앞장설 것으로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로즈가 전성기를 달릴 때 시카고는 온통 그의 얼굴 뿐이었다. 시카고 오헤어(O`Hare) 국제공항에 들어서면 그를 표지모델로 세운 NBA잡지가 보였다. 시카고 마천루의 상징적 빌딩 ‘행콕 센터’ 1층에서 로즈의 유니폼을 팔았다. 로즈는 시카고의 명물인 ‘지오다노 피자’의 광고모델이었다. TV에서는 로즈가 광고하는 아디다스 농구화 CF가 나왔다. 시카고에서 로즈의 얼굴을 보지 않고 하루도 살 방법이 없었다. 그는 슈퍼스타였다. 
기자는 지난 2013년 12월 12일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데릭 로즈 대 카이리 어빙의 첫 대결을 취재했다. 로즈가 긴 재활기간을 마친 뒤 복귀하는 시즌이라 엄청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반면 신인 카이리 어빙은 르브론 제임스가 없는 클리블랜드에서 꼴찌에 허덕이고 있었다. 
불과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둘의 위상은 정반대가 됐다. 기자가 취재한 뒤 며칠이 지나 로즈는 무릎부상이 재발했고, 두 번째 시즌아웃을 맞았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던 로즈는 특유의 폭발력과 화려함을 잃었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던 불스 팬들의 마음도 로즈에게 등을 돌렸다. 반면 제임스와 콤비를 결성한 어빙은 2016년 클리블랜드에 창단 첫 우승을 안겼다. 이제 NBA 최고 포인트가드를 논하는데 어빙은 빠지지 않는다. 로즈는 올스타에 뽑혀본 지도 4년이 지났다. 
▲ 조던에게 번호를 물려받은 두 남자 
3년 만에 다시 찾은 유나이티드 센터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더 이상 불스에서 장미향을 맡을 수 없었다. 팀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지미 버틀러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버틀러는 2년 연속 평균 20득점을 돌파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2016년 미국가대표로 선발돼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그가 없는 불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누가 가장 슈퍼스타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팀에서 가장 잘나가는 선수는 가장 좋은 라커룸을 두 칸이나 쓴다. 기자들과의 라커룸 인터뷰에서도 가장 늦게 나타난다. 불스에서 버틀러가 그런 선수였다. 웨이드가 인터뷰에 응한 뒤 어그부츠를 신고 퇴근할 때 쯤 버틀러가 샤워를 마치고 나타났다. 기자들이 버틀러에게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경쟁이 치열했다. 데릭 로즈가 누리던 영광을 버틀러가 물려받은 셈이다. 
조던은 워싱턴 시절 ‘팀 조던에 넣어달라’는 리차드 해밀턴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해밀턴은 조던에게 “이봐! 에어조던은 ‘올스타’를 위한 신발이야”라는 굴욕을 들어야 했다. ‘팀 조던’의 일원인 버틀러의 라커에는 최신 ‘에어조던31’이 색깔별로 수십 박스가 놓여 있었다. 불스의 티켓에도 얼굴이 찍히는 선수는 버틀러와 웨이드다. 
웨이드는 불수의 빨간 유니폼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데뷔 후 줄곧 빨간색 팀을 상징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시카고 팬들은 마치 웨이드가 데뷔 후 계속 불스에서 뛰던 것처럼 그를 대했다. 장내아나운서가 “Dwyane Wade from Chicago”라고 그를 소개하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그만큼 ‘고향팀으로의 컴백’이 주는 메시지가 매우 강력했다. 
버틀러와 웨이드는 모두 시카고 인근에 있는 마켓대학 출신이다. 버틀러는 21번, 웨이드는 3번을 단다. 두 선수의 번호를 반씩 섞으면 23번이 된다. 시카고 팬들은 두 선수의 활약을 통해 조던이 줬던 영광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었다.  
▲ 웨이드, 시카고를 바꿀 수 있을까? 
유나이티드 센터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이 있다. 웨이드와 조던을 나란히 붙여놓은 사진이다. 불스에서는 웨이드가 조던 못지않은 인기와 실력으로 우승에 앞장서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웨이드는 시카고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였다. 웨이드의 유니폼은 300달러짜리 ‘하드우드 클래식’을 제외하면 전부 매진됐다. 매장 직원은 “웨이드의 유니폼은 너무 잘 팔려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비싼 유니폼밖에 없다. 스윙맨 유니폼을 원한다면 커스텀 저지를 주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는 슈팅가드. 웨이드의 뒤태는 정말 마이클 조던을 연상시켰다. 불스 팬들이 ‘시카고가 낳은 아들’ 웨이드에게 큰 애정을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웨이드는 적어도 ‘인기’에서는 로즈의 빈자리를 메우고도 남았다.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로즈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다만 웨이드의 가세로 불스가 영광의 시절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 시즌 불스는 14승 14패의 성적으로 동부컨퍼런스 6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플레이오프는 가겠지만, 홈코트 어드밴티지도 없다. 불스의 올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22일 워싱턴전에서 웨이드와 버틀러는 39점을 합작했다. 하지만 야투율이 저조했다. 론도는 어시스트 10개를 배달했지만, 10개의 야투시도 중 단 하나만 성공했다. 시카고는 존 월(23점, 9어시스트)과 브래들리 빌(21점, 5어시스트) 콤비의 활약에 홈에서 승리를 내줬다. 
팬들은 4쿼터 영웅적인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끄는 웨이드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조던이 아니었다. 시카고에서 뛰는 선수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조던과 비교당하는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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