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난 보상선수들, 야수 활약-투수 부진
삼성행 이승현, LG 보상 투수 잔혹사 씻나
적어도 FA 보상선수는 LG를 나간 선수보다 들어온 선수가 더 좋았다. LG 불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임정우·윤지웅·신승현은 모두 FA 보상선수로 지명된 선수들이다.
반면 LG가 영입한 FA 보상선수로 다른 팀에 이적한 선수들은 투수와 타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타자로는 최익성·손지환·최승준이 있다. 2004년 진필중의 영입으로 KIA에 이적한 손지환은 초창기 보상선수 성공 모델이었고,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SK에 간 최승준은 대박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LG를 떠난 투수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2007년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좌완 투수 신재웅은 2006년 스프링캠프에서 메이저리그 명 투수코치 레오 마조니 인스트럭터로 극찬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그해 22경기 1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4.61로 가능성을 보였다. 나이도 만 24세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재웅은 두산에서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18인 보호선수명단에 제외될 때부터 불거졌던 어깨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재활만 하다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은 신재웅은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2011년 육성선수로 LG에 복귀한 뒤 1군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다. 두산으로선 실패한 지명이었다.
2012년 정현욱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둥지를 튼 좌완 투수 이승우도 이적 후 1군 등판이 전무한 케이스였다. 2012년 LG에서 21경기 2승9패 평균자책점 5.90을 기록한 이승우는 선발로 17경기를 던지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삼성은 권혁 외에 좌완 불펜이 부족했고, 만 24세 군필 투수란 점도 지명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어깨 통증으로 삼성에 와서는 지루한 재활의 연속이었다. 3년간 부상과 씨름했으나 고비를 넘지 못하고 2015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1군은 물론 2군에서도 공 하나 던지지 못한 채 물러났다. 최고의 재활 시스템을 자랑하는 삼성의 STC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2009년 이진영의 보상선수가 돼 SK로 옮긴 베테랑 좌완 투수 이승호가 괜찮았다. 이적 당시 만 33세 즉시 전력이었던 이승호는 3년간 45경기(11선발) 8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61로 선발·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SK 왕조 막판에 힘을 보탰다. 쏠쏠하게 활약했지만, 성공사례로 꼽을만한 성적표는 아니었다.
지난 22일 차우찬의 보상선수로 삼성행이 결정된 이승현에게 그래서 더 시선이 간다. 만 25세 우완 투수 이승현은 2년간 1군 53경기 3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군문제가 해결됐고, 앞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불펜투수로서 배짱 두둑한 투구를 하는 게 강점이다. 2011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경력이 있지만 그 이후 부상으로 문제가 생긴 적은 아직 없다.
과연 이승현이 LG 투수 보상선수의 잔혹사를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이승현(위), 신재웅-이승호-이승우(아래 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