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비운의 걸작 '아가씨', 불륜만 아니었어도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2.22 17: 00

 올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주목한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다. 소설 ‘핑거스미스’를 각색한 이 작품은 박 감독의 칼 같은 연출력부터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전면에 걸쳐 호평 받았다. 소설이 박 감독의 손을 거치며 희대의 걸작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주연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의 불륜으로 인해 수상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상 ‘기혼자의 불륜’은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간통죄가 폐지됐음에도 현실에서의 불륜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민희와 홍상수의 불륜이 단순히 소문으로만 그쳤다면 ‘아가씨’가 국내외 유수 영화제 시상식에서 더 많은 수상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열린 국내 영화제 ‘청룡영화상’에서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논란이 많았다. 청룡 측은 배우의 사생활을 논외로 하고 오로지 작품성과 연기력만 평가했는데 대중은 그녀를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 매체 콜리더는 ‘오스카 2017: 저평가된 작품들’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영화 ‘아가씨’가 3개 부문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외에서도 ‘아가씨’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오스카에 내보낼 작품으로 ‘밀정’을 선정했고, 이를 전해받은 오스카 측은 ‘밀정’을 수상 후보에서 떨어뜨렸다. 여러 가지로 아쉬운 부분이다.
콜리더 측은 ‘아가씨’가 촬영상, 미술상, 의상상 등 세 부문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평가하며 “촬영은 각각의 캐릭터를 부각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고 미술과 의상은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고 평가했다. 영진위 측은 국내 정서를 반영해 ‘아가씨’보다 ‘밀정’을 오스카에 내보낸 것인데, 만약 ‘아가씨’가 후보로 선정됐다면 이 세 가지 상은 물론, 외국어영화상 후보 선정도 노려봄직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아가씨’는 탄탄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섬세한 미장센과 디테일, 화려한 의상과 도구 등 모든 부분에서 꽉찬 재미를 만들어냈다. 개봉 후 많은 관객들은 ‘아가씨’에 대한 호평을 보냈지만 불륜이 알려지자 금세 돌아섰다. 어찌됐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대중의 몫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purplish@osen.co.kr
[사진] '아가씨' 스틸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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