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시가'부터 '도깨비'까지..김은숙의 마법=책을 품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2.24 19: 41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공통된 마법이 있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를 멋지게 소화하는 남자 주인공, 그런 그를 확실하게 사로잡은 매력적인 여주인공은 차치하더라도 대사의 마법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주술이다. 
김은숙 작가가 '픽'하면 베스트셀러로 이어지는 '꽃길'이 펼쳐지고 있다. 2011년 '시크릿가든'부터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는 빠지지 않고 책이 등장한다. 때론 남자 주인공의 대사로 풀어지고 여주인공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로 사용되는 책들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시크릿가든'
박근혜 대통령마저 사로잡았던 SBS '시크릿가든'은 김은숙 작가의 대표작이다. 2011년 전파를 탄 이 드라마에서 로엘백화점 사장인 김주원(현빈 분)은 저택에서 홀로 책 읽는 시간을 즐기곤 했다. 넓은 서재의 한 쪽 벽을 가득 메울 정도로 책이 많았는데 그중 '이상한 나랑의 앨리스'가 돋보였다. 이 책은 드라마를 전반적으로 관통하며 모티브가 된 책이다. 
김주원은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고 길라임(하지원 분)은 그가 자주 읽던 이 책을 따라 샀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즉각 움직였다. 방영 당시 이 책은 하루에 2000부 이상 팔리며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이 외에도 현빈이 읽던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이 화제를 모았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신사의 품격'
주인공에게만 통한 마법은 아니었다.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에서 서이수(김하늘 분)는 임메아리(윤진이 분)를 계속 밀어내는 최윤(김민종 분)에게 소설가 신경숙의 책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선물했다. 최윤은 책 내용을 살피던 중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는 타이틀의 에필로그에 꽂혔다. 
최윤은 느낀대로 행동했다. 자신을 오랫동안 기다린 임메아리에게 달려갔고 무단횡단까지하며 건너오려는 그에게 "넌 거기 있어. 내가 그쪽으로 갈게"라고 숨겨둔 마음을 고백했다. 비록 "내가 걱정 돼서 온 거야. 혹시 너 걱정할 까봐. 이젠 다신 안 와"라고 또다시 모진 말을 퍼부었지만 이 책은 분명 최윤-임메아리 커플의 로맨스 전환에 중요한 매개체가 됐다.
◆꼭 같이 사는 것처럼..'상속자들'
김은숙 작가는 소설 뿐만 아니라 시집도 자주 활용한다. SBS '상속자들'에서는 임현정 시인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시집이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부자' 김탄(이민호 분)과 '흙수저' 차은상(박신혜 분)의 현실 장벽은 시집 앞에서 무너졌다. 
김탄은 이 시집의 제목을 '꼭 같이 자는 것처럼'으로 바꿔 사진을 찍은 뒤 차은상에게 전달했는데 엉큼한 남자 주인공의 매력 어필에 여성 시청자들은 쉽게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 '위대한 캐츠비' 역시 '상속자들'에 종종 등장해 다시 한번 재조명 된 도서다. 
◆사랑의 물리학..'도깨비'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인 tvN '도깨비' 역시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200% 돋보이는 작품이다. 도깨비(공유 분)와 도깨비 신부(김고은 분)의 알콩달콩 판타지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이 작품에서 공유는 인생작을 만났다. 그의 내레이션 하나하나, 대사 한 줄 한 줄은 극이 가진 로맨틱한 매력을 배가한다. 
지난 4회에서는 시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했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 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는 그의 내레이션과 함께 이 시가 담긴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시집은 전국 서점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