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영화(여교사)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이원근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예비 관객들에게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1월 4일 개봉하는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는 계약직 교사 효주가 재단 이사장 딸인 혜영으로 인해 정교사 전환 기회를 놓쳤다고 판단, 그녀에게서 가장 소중한 하나를 빼앗으려하는 탐욕과 질투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김하늘이 효주를, 유인영이 혜영 역을 맡았다. 이원근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무용 특기생 신재하를 연기한다.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이기도 하고, 영화의 제목으로 인해 일부 관객들은 오해와 편견, 선입견을 갖고 있다.
“저로서는 우리 영화가 인간의 질투심의 끝이 어디인가라는 궁금증,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문제(금수저-흙수저)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제목에 대해 조금은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감정이나 여자들의 기싸움 등은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효주의 감정을 따라가며 그녀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가슴 속에)와 닿게 느끼시면 좋을 것 같다. (교사) 혜영과 (학생)재하의 관계에도 편견을 갖지 않으셨으면 좋겠다.(웃음)”
가슴 설레는 눈웃음과 매력적인 미소로 여심을 사로잡은 스물 여섯 훈남 배우 이원근은 의외로 수다스러웠다. 질문 하나에도 예를 들어가며 구구절절이 답하면서 “저 원래 수다 떠는 거 좋아한다. 말이 많다”고 귀여운 눈웃음을 날렸다.
이원근은 “어제 영화를 보니 새롭더라. 작년 여름에 찍었기 때문에 그 때의 제 모습도 새롭고 저 스스로도 돌아보고 지금의 표현 방법과 비교하게 됐다. 지금 보니 ‘저 때는 표현을 저렇게 했구나’ ‘지금이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현장 자체가 영광스러운데, 그 곳에 제가 참여했다는 생각에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기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을 계기로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과 형, 동생 같은 사이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그가 연기한 고등학생 재하는 나이답지 않게 영악하고 못됐다. 사랑에 올인하는 순수한 부분도 있지만 일탈을 즐기고, 교사의 선심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나쁜 남자의 측면도 존재한다.
이원근은 재하라는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이 대본 리딩을 할 때 앞 뒤 감정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래서 (맥락 없이) 씬 하나만 보고 연기했다. 재하가 어느 쪽에 치우쳐있는가는 관객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놔두라고 하셨다”라며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이야기를 할 때도 재하가 오묘하고 묘한 아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고양이가 오라면 가고 가라면 오라는 듯이 반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답이 정해져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설명해주셨다. 감독님도 무슨 느낌인지 확실한 생각을 갖고 만든 캐릭터가 아니라고 설명하셨다”고 전했다.
교사와 학생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자판 ‘은교’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단은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답이 있다. 재하가 어린 아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손이나 말투 같은 부분이 어린 아이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재하는 무용수를 꿈꾸는 학생인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원에 등록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연습하다 결국 담임교사 효주와 혜영의 재정적 도움을 받게 된다. 재하는 혜영과 연인 관계이지만, 효주를 농락해 마음을 빼앗는다.
“재하의 어머니가 집을 나가셨거나 돌아가셨다고 생각해서 엄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고 생각했다. 혜영을 어릴 때 만나서 서로 아는 사이라는 씬 들이 몇 개 있었다. 감독님은 ‘혜영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듯 그런 느낌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떼를 쓰는 것은 아닌데 아이 같은 말투를 유지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이원근은 착하고 순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나쁜 남자’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쌓아온 연기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어제(21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관객들은 그의 연기에 몰입한 나머지 야유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간의 순한 남자의 이미지를 깨는 반전이다. 더불어 무용수 캐릭터를 위해 한 달 간 매일매일 12시간씩 무용 연습을 했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했다는 이원근은 “오디션 때 2시간가량 수다를 떨고 대본은 나중에 읽었다. 감독님이 저에 대한 사람을 궁금해 하셨다. 그래서 재하와 공통점을 찾으신 것 같다”며 “솔직히 저도 어릴 때 여자 친구가 있는데 다른 분에게 호감을 느낀 적도 있다.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람, 덜 가까운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약간 다를 수도 있지 않나. 재하는 효주를 사랑한 게 아니다. 효주 역시 재하를 사랑했다기보다 약간 충동적인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원근의 연기 열정은 대단했다. 스타로서 인기가 아니라 배우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상업영화 첫 데뷔작이다. 계속 연기를 끊임없이 해왔기 때문에 소중하고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발점이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움과 성장이 멈추면 그것은 정말 배우로서 너무나 가슴 슬픈 일이다.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 purplish@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