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부진’ 김희진, IBK기업은행의 고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22 06: 04

IBK기업은행의 주공격수 중 하나인 김희진(25·185㎝)은 팀의 버팀목 같은 존재다. 아주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한다. 포지션도 가리지 않는다. 때로는 센터로, 때로는 라이트로 수시로 자리를 옮겨가며 팀에 공헌한다. 여자 대표팀에서의 비중도 결코 작지 않다.
그런 김희진이 수상하다. 올 시즌 영 기를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치부했지만, 슬럼프가 꽤 오래 간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기록에서 의아함은 크게 묻어난다. 직전 시즌, 혹은 전체 평균과 비교해도 수치가 크게 떨어져 있다.
센터와 라이트를 동시에 소화할 때도 30% 후반대의 공격 성공률은 기본으로 찍던 김희진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21일까지 35.9%에 머물러 있다. 서브(세트당 0.182개), 블로킹(세트당 0.527개)에서도 모두 데뷔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2라운드 공격 성공률이 30.70%에 머물렀던 김희진은 최근 4경기에서 경기력이 바닥을 찍었다. 공격 성공률이 30%를 넘긴 것은 딱 한 경기였다.

항상 기본은 해주던 김희진의 부진에 IBK기업은행도 4연패에 빠졌다. 평균 20%, 많으면 30%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가는 김희진이 부진하면 외국인 선수와 박정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한쪽 날개가 꺾인다. 큰 공격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IBK기업은행이다.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야 할 김희진이 부진하면 공격 밸런스가 한꺼번에 깨질 위험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갑작스러운 부진은 왜 찾아온 것일까. 역시 지난여름 열렸던 2016 리우올림픽 후유증을 무시할 수 없다. 지구 반대편에서 사력을 다해 모든 것을 쏟아냈다. 반대로 시즌을 앞두고 휴식기가 짧았다. 그 여파가 시즌에 그대로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몸놀림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해설위원은 “체력적인 문제가 가장 커 보인다. 기본적인 점프나 발놀림이 안 되다보니 선수도 자신감을 잃고 있는 듯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의 진단도 비슷하다. 역시 체력 문제가 가장 크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상위권에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며 막판을 도모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리우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는 김희진 혼자만이 아니다. 유독 김희진의 기록만 저하되고 있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FA 자격을 앞둔 심리적 요인, 주장에 대한 압박감 등 다양한 추론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연관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큰 부상을 안고 뛰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체력 문제라면 올 시즌 내내 고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김희진과 IBK기업은행이 조기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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