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팀 스포츠다. 홀로 공을 만질 수 없다. 6명이 유기적으로 물려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딱 하나 순수한 ‘개인 전술’이 있다. 바로 서브다. 동료들이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다. 홀로 해결해야 한다.
서브는 수비의 시작이다. 얼마나 좋은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느냐는 수비 성공률과 직결된다. 한편으로는 공격의 시작이기도 하다. 상대 수비수들을 피해 코트 안쪽에 떨어지면 득점이 된다. 한 경기에 몇 번 안 나온다는 점에서 경기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요성은 누차 강조되는 시대다. 그 가운데 문성민(30·현대캐피탈)이 금자탑을 쌓았다.
문성민은 2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V-리그 개인 통산 200번째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0서브 득점에 1개를 남겨두고 있었던 문성민은 1세트 8-4 상황에서 강서브를 대한항공 수비수 사이로 떨어뜨리며 대기록을 달성했다. V-리그 역사상 남자부 200서브 성공은 문성민이 처음이다.
문성민의 서브 기록은 단연 빛난다. 군계일학이다. 해외 진출로 V-리그 참가가 늦었던 문성민은 22일까지 V-리그 통산 190경기에서 서브로 201득점을 기록했다. 2위 박철우(삼성화재·196개)와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박철우는 문성민보다 더 많은 308경기에 나섰다는 차이점이 있다. 266경기에 뛴 역대 4위 김요한(KB손해보험·172개), 276경기를 뛴 역대 6위 김학민(대한항공·166개)과의 차이도 꽤 난다.
세트당 평균에서도 돋보인다. 문성민은 통산 0.282개의 세트당 서브득점을 기록했다. 서브로 100득점 이상을 기록한 국내 선수 중 세트당 평균이 0.2개를 넘기는 선수는 오직 문성민 뿐이다. 앞으로 뛸 날이 많이 남은 만큼 문성민의 서브 기록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민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강서브로 이름을 날렸다. 탄력과 힘을 겸비한 서브는 일품이었다. 독일에서도 서브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위력이 점점 진화하는 양상도 눈에 띈다. 문성민의 올 시즌 세트당 서브 성공은 0.409개로 자신의 통산 기록을 한참 웃돈다. 가스파리니(대한항공·0.594개), 파다르(우리카드·0.476개)에 이어 당당히 전체 3위다.
문성민은 기본적으로 팔스윙이 빠르고, 공에 묵직한 힘을 전달할 줄 아는 선수다. 서브도 기본기가 좋다. 한 전직 코치는 “서브의 시작이 되는 토스가 가장 좋은 선수다. 다른 선수들은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연타로 넘겨주곤 하지만 문성민은 거의 일정하다”라면서 “서브는 토스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안정된 토스가 있으니 약속된 지점에서 정확한 미팅이 가능하다. 힘이 실리고, 타점도 높으니 네트를 타고 넘어가는 날카로운 서브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분하게 세 가지 동작을 연결시켜 실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서브 범실은 곧 허무한 실점이기 때문이다. 문성민은 이런 점도 호평을 받는다. 강하게 때리지만 범실이 많은 편은 아니다. 실제 서브 1위인 가스파리니는 전체 293번의 서브 시도에서 범실이 88개(30%)였다. 2위 파다르도 236번 중 65개(27.5%)의 범실을 저질렀다. 반대로 문성민은 271번의 시도에서 범실이 55개(20.1%)로 훨씬 낮은 편이다. 문성민의 서브가 얼마나 무섭고 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 어쩌면 200서브는 국내 역대 최고 서버의 공인 인증서일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