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보내고 있는 삼성이 이제 마지막 결단을 내린다. LG로 이적한 차우찬의 보상선수 지명이 그것이다. LG가 심혈을 기울여 보상선수 명단을 짠 가운데 삼성의 선택에 실질적 ‘2대2 트레이드’ 성패도 갈린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 17일 차우찬(4년 총액 95억 원)의 LG 계약을 공시했다. 이에 LG는 19일 보호선수 20인 명단, 즉 보상선수 명단을 삼성에 통보했다. 이제 삼성은 22일까지 차우찬의 보상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차우찬의 이탈로 마운드에 타격이 큰 삼성으로서는 보상선수를 잘 뽑아 팀 전력을 살찌워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이번 오프시즌에서 한 차례 대결을 주고받았다. 삼성이 LG의 선발 자원이었던 우규민을 영입했고, LG는 보상선수로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최재원을 지명하며 맞불을 놨다. 삼성으로서는 전천후 선수로 가능성을 주목받았던 최재원을 놓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셌다. 다만 이제는 반대의 상황이다. 삼성은 여기서 최대한 실익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인 2대2 트레이드의 균형에도 이를 수 있다.
리빌딩 작업을 거치면서 선수층이 몰라보게 두꺼워진 LG다. 어쨌든 아까운 전력 하나의 유출은 불가피하다. LG 측도 “눈에 밟히는 선수들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삼성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분위기다. 다만 LG도 보상선수 명단을 비교적 잘 짠 것으로 전해졌다.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 첫 번째 갈림길은 투수냐, 야수냐다. 삼성은 어차피 양쪽 모두 미래 전력이 필요하다. 다만 올해 마운드가 고전했고 차우찬까지 이탈한 마당에 투수 쪽에 좀 더 눈길을 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해 보인다. 외야는 야수 자원이 비교적 있는 삼성이고, 내야는 최형우의 보상선수로 강한울을 지명한 전력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포수진은 LG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최경철을 영입해 자리를 채운 상황이다. 삼성도 투수 지명이 유력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는 즉시전력감을 선택하느냐, 미래를 본 유망주를 선택하느냐다. 삼성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돌입한다. LG는 최대 규모인 서울 팜을 등에 업은 구단이다. 최근 몇 년간 착실히 유망주들을 모았다. 다만 삼성으로서는 현격하게 약해진 팀 전력을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도 투수 쪽에서는 즉시전력감이 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모두 가진 선수가 있다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어쨌든 22일에는 보상선수가 결정되고, 실질적 2대2 트레이드의 그림도 모두 드러난다. 우규민과 차우찬의 올해 연봉은 같아 보상금 차이는 없는 가운데 LG는 이미 차우찬과 최재원을 얻었다. 물론 우규민보다 더 비싼 차우찬을 영입해 상대적으로 30억 원의 추가 지출은 했다. 삼성은 이날 LG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번 오프시즌 성과가 대략적으로 결정된다. 삼성은 최형우 차우찬 최재원을 잃었고, 이원석 우규민 강한울, 그리고 22일 지명할 선수가 새롭게 유니폼을 입는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