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의 새 외국인 선수인 힐러리 헐리(27·184㎝)가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은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아 자신의 기량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국 배구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 것도 분명했다. 첫 경기에서 가능성과 과제를 모두 드러냈다.
헐리는 20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기량 미달로 중도 퇴출된 케네디 브라이언(22)을 대신할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뒤 데뷔전이었다. 이날 헐리는 팀에서 가장 많은 14득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38.7%를 기록했다. 무난한 출발이었다. 다만 팀은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며 최하위 탈출 기회를 놓쳤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들이 말썽이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재계약을 했던 시크라가 시즌 전 허리 부상으로 빠졌고, 대체 외인으로 들어온 브라이언은 논란과는 별개로 기량이 떨어졌다. 이에 도로공사는 마지막 외인 카드로 헐리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여름 KOVO 외국인 트라이아웃 당시에는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공·수를 모두 갖춘 레프트 자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높이가 있고 상대 블로커를 이용할 줄 아는 공격도 돋보였다. 이날 3세트 동안 블로킹 2개를 잡았다. 여기에 힘도 있었다. 범실은 3개로 공격 비중을 고려하면 역시 적은 수준이었다. 2세트에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3세트에는 힘을 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브라이언에 비해서는 공격 점유율이 높았고, 이에 따른 공격 루트 다변화 또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또한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분위기 메이커 몫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 헐리는 지난 17일에야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차 적응도 완벽하지 되지 않은데다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때문에 이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다. 토스가 잘 맞지 않아 후위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비에서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다만 공격력 자체는 가능성을 내비쳤고, 한국 배구 특유의 질긴 수비에 대해 스스로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의 기회였다. 핀란드 리그에서 뛰다 온 선수인 만큼 실전 감각은 큰 문제가 없다. 몸이 풀리고 팀 플레이에 녹아들면 도로공사의 반격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