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전 시애틀)가 다시 뛴다.
이대호는 10월 31일 귀국 후 사랑의 연탄배달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가하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아직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인 훈련을 소화하며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19일 오후 부산 동래구 명륜동 토마토휘트니스센터에서 만난 이대호는 "내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열심히 몸을 만들면서 잘 지내고 있다. 이달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 위주로 몸을 만들고 다음 달부터 기술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손 통증에 시달렸던 이대호는 한방 치료를 받으며 차츰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다.
"해마다 손 통증에 시달렸다. 빠른 공을 공략하고 몸쪽 먹힌 타구를 힘으로 이겨내려고 하다 보니 계속 아플 수 밖에 없었다. 비시즌 때 괜찮아도 시즌이 되면 통증이 재발한다. 통증이 심해지면 손목까지 올라온다. 이번 기회에 손목 뿐만 아니라 허리, 목 등 평소 좋지 않았던 부위 모두 치료할 생각이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꿈의 무대를 밟게 된 이대호.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 특유의 플래툰 시스템에 의해 풀타임 소화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2할5푼3리(292타수 74안타) 14홈런 49타점. 돌이켜 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적지 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데 좀 더 일찍 갔더라면 열정이 더 많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나이, 계약 조건 등 여러가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좀 더 보여주기 위해 오버 페이스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꿈의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이대호는 "도전한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했지만 올해처럼 성적에 대한 부담없이 행복하게 야구한 건 아주 오랜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정말 열심히 했고 이 나이에 열정을 불태웠다는 자체가 좋은 추억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잘하든 못하든 벤치를 지켜야 할 때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대호는 "경기에 뛰지 못하는 자체가 너무 화가 났다. 벤치에 앉아 있는 게 정말 자존심 상했다. 기계도 가동하지 않으면 녹이 쓰는데 뛰지 못하니 정말 답답했다. 내가 이곳에서 뭐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아쉬워 했다.
그렇다고 스캇 서비스 감독의 기용 방식에 대한 불만은 없다.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고 여겼다. 그는 "감독님께서 많이 아껴주시고 잘 대해주셨다. 나보다 연봉이 몇 배 더 많은 선수가 있으니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가 더 잘했다면 더 성적이 좋았다면 고민없이 기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