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화끈한 외인 투자에 日 달라진 움직임
더 치열해진 외인 경쟁, 차별화 전략 필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시아 야구 시장에서 외국인선수들의 1순위는 일본, 그 다음이 한국이었다. 다른 이유 없었다. 가장 중요한 조건, 돈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KBO리그의 판이 몰라보게 커지며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일본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던 에스밀 로저스가 한화와 총액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역대 외인선수 최고 몸값이었다. 일본 구단들의 제시 금액을 고려하면 실제 금액은 그보다 훨씬 웃돌 것이다.
현역 메이저리거들도 한 번에 큰돈을 제시하는 한국행을 주저하지 않았다. 헥터 노에시가 KIA와 170만 달러에 계약하며 신입 외인선수로는 최고액을 받았고, 윌린 로사리오도 130만 달러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구단들도 깜짝 놀랄 정도로 국내 구단들의 씀씀이가 커지며 외인시장 분위기도 급변했다.
하지만 올 겨울 일본 구단들도 만만치 않은 돈다발을 풀기 시작했다. 대개 일본 구단들은 검증이 안 된 신입 외인선수들에게는 거액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낸 선수들이라면 몰라도 아시아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에겐 리스크 안고 무리하게 큰돈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구단들의 베팅이 과감해지자 일본 구단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지난 19일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공식 계약이 발표된 장신 우완 투수 필 클라인(27)은 국내 구단들에도 관심을 받은 선수였다. 더스틴 니퍼트를 연상시키는 우완 강속구 투수로 메이저리그 3시즌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트리플A에서 3년간 특급 성적을 내며 관심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요코하마가 돈 싸움에서 이겼다. 구단의 공식 발표 액수는 1년 총액 1억5000만엔으로 약 130만 달러.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관계자는 "최근 성적이나 나이로 볼 때 아시아 무대에 올 수 있는 상급 선수라 관심이 많았고, 일본 구단들이 비싸게 부르며 데려갔다"고 밝혔다.
클라인뿐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2시즌 경력의 27세 우완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도 국내 구단들의 관심이 있었지만 19일날 야쿠르트 스왈로스 입단이 확정됐다. 공식 몸값은 1년 8800만엔, 약 75만 달러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지만 이 역시 축소 발표액이란 후문. 외인 시장에 밝은 관계자는 "일본 구단들이 이전과 다르게 신입 외국인들에게도 큰돈을 주저하지 않고 쓰는 것 같다. 영입 경쟁이 이전보다 더욱 치열해졌다"고 귀띔했다.
가뜩이나 투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국내 구단들 머리가 더 아파졌다. 일본 구단들의 달라진 접근 방식으로 인해 웬만한 금액으로는 수준급 투수를 잡기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이럴수록 대다수 팀들의 리스트에 올라 경쟁이 붙는 특급보단 흙 속의 진주를 찾을 수 있는 외인 네트워크, 발 빠른 접촉 등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요코하마에 입단한 텍사스 시절 필 클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