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연봉협상에서 외야수 손아섭(28)에 대한 '예비 FA 프리미엄'을 얼마나 책정할까.
롯데는 지난 주부터 2017시즌 연봉 협상에 돌입했다. 다소 늦은감이 있다. 김창락 대표이사가 새롭게 부임하면서 업무 보고 역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단의 모든 움직임에 정체가 있었다.
2년 연속 8위,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이라는 팀 성적의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윤원 롯데 단장은 "팀 성적을 우선시 하지 않고, 개인 성적에 따른 고과로 연봉 협상에 임할 것이다"고 밝혔다. 연봉협상에서 칼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이라는 구단의 방침이다. 최근의 연봉협상 분위기도 얼굴을 붉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올해 롯데의 연봉협상에서의 화두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2017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손아섭에 대한 '예비 FA 프리미엄'을 얼마나 생각할 것인지는 최대 화두다.
손아섭은 지난해 다소 부침을 겪었지만 올시즌 144경기 전경기 출장하며 타율 3할2푼3리(575타수 186안타) 16홈런 81타점 118득점 42도루 출루율 4할1푼8리 장타율 4할6푼8리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전경기 출장을 달성했고, 한 시즌 개인 최다 안타와 개인 최다 도루 기록을 경신했다. 5~6월 슬럼프를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꼽긴 했지만 그래도 손아섭은 '손아섭다운' 시즌을 만들어냈다.
기록으로만 봐도 손아섭의 연봉 인상 당위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내년 이후엔 FA 자격까지 얻는다. 그동안 FA를 앞둔 시즌의 연봉은 원 소속구단이 FA 해당 선수를 잡겠다는 의지를 알 수 있는 척도로 활용 되어왔다. FA 선수의 국내 이적시 영입한 구단은 전년도 연봉의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를 원 소속구단에 보상해야 하는 KBO리그의 규정상 첫 FA 자격을 얻는 선수의 연봉이 보상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듬해 FA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롯데는 그동안 '예비 FA'들에 인심이 후했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황재균은 올해, 2015년 연봉 3억1000만원에서 1억9000만원 인상된 5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2014시즌 이후 FA 자격을 얻었던 투수 장원준은 경찰청 군 복무로 직전 2시즌 1군 기록이 없었음에도 2억원에서 1억2000만원 인상된 3억2000만원의 연봉을 안겨줬다. 2013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던 포수 강민호도 3억원에서 2억50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결과를 떠나서 롯데는 내부 FA 단속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충실히 했다.
손아섭의 2017시즌 연봉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롯데의 잔류 의지가 얼마나 간절히 들어있느냐가 연봉에 드러나기 때문. 올해 손아섭의 연봉은 6억원이었다. 2013년 2억1000만원에서 2014년 4억원으로 1억9000만원이 인상된 것이 가장 큰 인상액이었다. 지난 2014년 4억원을 시작으로 2015년 5억원, 2016년 6억원까지 2년 연속 연봉은 각각 1억원씩 인상됐다.
그동안 롯데 구단의 행보로 봤을 때 손아섭의 내년 연봉에도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롯데의 비FA 최고 연봉은 지난 2011년 이대호의 6억3000만원이었다. KBO 비FA 최고 연봉은 올해 김광현이 받은 8억5000만원이다. 이대호가 갖고 있는 구단 비FA 최고 연봉 기록 경신은 기정사실이다. 나아가 김광현의 비FA 최고 연봉 기록에도 근접할 수 있다. 과연 롯데는 연봉협상에서 '예비 FA' 손아섭에 대한 잔류 의지를 얼마나 간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