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결산] 사라진 ‘가을 DNA’, 대변혁으로 이어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19 13: 00

SK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가을 DNA’였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 이끌어낸 훈장이었다. 가을만 되면 선수들은 강해졌고 팀은 탄탄해졌다. 그리고 최후에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팀의 기초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이는 어디까지나 허상이었다. 철썩 같이 믿었던 ‘가을 DNA’가 사라진 SK는 이제 대변혁을 준비한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그친 SK였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보면 3강, 아무리 못해도 무난한 가을 잔치 진출이 예상됐지만 성적은 처졌다. 주축 선수들의 기량은 예전만 못했다. 여기에 부상이 겹쳤다. 그런 SK는 2016년 ‘반전’을 꾀했다. 초반에는 좋았다. 4월 한 달까지만 해도 줄곧 상위권이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다”는 희망이 피어올랐다. 정우람(한화)과 윤길현(롯데)의 이탈을 고려하면 선전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이는 SK의 발목을 잡았다.
주축 선수들이 잘 버틴 시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백업은 약했고, 젊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다. “원점으로 돌아간 경쟁”이라는 구호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다. 돌이켜보면 2015년도 마찬가지였다. “학습 효과가 부족하다”라는 말이 구단 안팎에서 나왔다. 불안감이 남아있던 이유였다. 결국 SK는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성적이 처지기 시작했다. 마운드와 타격이 엇박자를 냈다.

여기에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한 분야에서도 크게 발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허약한 기초 체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팔꿈치 부상으로 7월 이탈한 김광현의 공백은 결정타였다. 든든히 버티던 에이스가 사라지니 불펜 부하가 커졌고, 4월부터 많은 등판을 했던 핵심 불펜들조차 힘이 떨어졌다. 타선의 극심한 ‘장타 편중’에 고전하던 SK는 그나마 버티던 마운드가 무너지자 속절없이 추락했다.
치열한 5강 싸움에서 어부지리로 막차를 탈 마지막 기회는 있었다. 9월 3일 NC전부터 9월 9일 넥센전까지 내리 6연승을 달렸다. 안정적으로 4위를 확보하는 듯 했다. 잔여경기도 가장 적어 4위 싸움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미끄러졌다. 6연승 직후에 9연패를 하며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계약기간 마지막 해였던 김용희 감독 체제에 힘이 빠졌고, ‘가을 DNA’라는 단어와는 작별을 고했다.
현재 팀이 가지고 있는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시즌으로 평가된다. 특히 타선이 그랬다. 장타력이 좋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출루율과 주루 플레이 등 이를 끌고 가야 할 부분에서 심각한 오류가 드러나며 주저앉았다. 장타력을 제외한 나머지 지표는 리그 평균 이하 혹은 바닥이었다. 내년을 앞두고도 가장 큰 보완의 지점이 될 전망이다. 마운드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그나마 잘 버텼다. 팀 평균자책점(4.87)은 리그 3위였다. 다만 아직 왕조 시절의 핵심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은 부인할 수 없다. SK 마운드를 향후 5년, 10년 이끌어나갈 신진 세력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점진적 리빌딩,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SK가 그 가능성을 또렷하게 확인했다는 점은 의의로 남는다. 김용희 감독의 점진적 등용 속에 야수진에서는 백업 포수인 김민식, 중앙 내야 자원들인 최정민 최정용 박승욱이 가능성을 내비쳤다. 부족했던 우타 자원으로는 최승준 김동엽이 내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이 올해 쌓은 경험은 큰 자산이 될 것이다. ‘2루수’ 김성현은 견고했고, ‘건강한’ 최정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임을 과시했다. 마운드에서도 김주한 문승원 서진용 등이 예열을 마쳤고 2군에서도 좋은 자원들이 성장하며 ‘투수 왕국’의 연장 가능성에서 밝은 평가를 받았다. "다 잃은 시즌은 아니다"라는 평가는 유효하다.
그런 SK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미·일에서 감독 생활을 한 화려한 경력을 가진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은 팀이 가진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세밀함 보완’에 대한 강력한 뜻을 시사했다. 내부 승격이 많았던 코칭스태프 인선에서도 외부의 새 피들을 수혈하며 사실상 새 부대를 짰다. 당장 내년 우승후보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부대에 담길 술이 얼마나 달콤할지를 지켜보는 것은 분명히 큰 재미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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