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가상 홈로봇 '게이트박스'가 일본 전통 가족 사회의 변화를 불러올까?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혼족'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순기능이 기대되는 반면, 충분히 가족과 함께 하는 효과를 줘 결혼에 대한 필요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게이트박스의 가상 캐릭터인 아주마 히카리는 일상에 찌든 이들을 돕는 여주인공이다. 게이트박스 광고 동영상을 보면 아주마 히카리는 아침에 사용자를 깨우고 날씨를 알려준다. 그리고 사용자가 출근을 하고 나면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격려한다.
게이트박스는 주인이 퇴근 전화를 해 주면 환호를 지르며 반가워 한다. 남편의 퇴근 전화를 받은 주부처럼 기꺼이 즐거워한다. 사용자가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미리 불을 켜주며 반갑게 맞아주기까지 한다. 배우자는 없지만 배우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셈이다. 게다가 성가시게 구는 법도 없다.
광고 속에서 밤늦게까지 업무에 매달려 있는 직장인은 게이트박스로부터 가족애를 느낀다. "네가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게이트박스는 내년 1월부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주문을 받을 예정이다. 예상 가격은 32만 1140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기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혼족'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미만의 일본 남성 가운데 미혼 비율이 72%에 이른다. 고용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제적인 부담 탓에 결혼을 기피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년 내 일본 남성의 33.3%는 평생 독신으로 살게 될 전망이다.
반면 여성의 고용 기회가 늘어나고 과거와는 달리 결혼 후 가정에서 전통적인 아내 역할만 하는 경우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남자들은 '초식남'이라 불리며 성생활에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기 일쑤다.
게이트박스가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위한 장난감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기서 나온다. 격무와 외로움에 지친 미혼 남성들에게 훌륭한 동반자 구실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게이트박스의 출현이 근원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같은 기기가 '혼족' 문화를 고착화 시키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물론 기대감도 있다. 가상 배우자와의 교감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이트박스의 등장이 일본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