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30년 후 내가 온다면? 아델 살아있나 묻고파" [인터뷰③]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19 10: 35

만약 갑자기 30년 후 미래의 내가 나를 찾아온다면 어떨까. 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나만 아는 비밀을 통해 믿어야만 한다면, 나는 가장 첫 질문으로 무슨 말을 던질까.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는 30년 후 내가 과거의 나를 찾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변요한은 1985년을 살고 있는 수현을 연기했다.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수현(김윤석 분)을 만나 믿지 못할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에서 1985년의 수현은 2015년의 수현의 말을 믿지 않다가 이렇게 물었다. 김현식은 어떻게 됐냐고. 김현식의 LP판을 세월이 흘러도 소장하고 있는 모습은 인물의 순수함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미래에 대해 가장 궁금한 것이 그의 야망과 관련된 것이 아닌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니. 이런 모습은 어쩐지 실제 그를 연기한 배우 변요한과 닮아 있다. 그 역시 30년 후 자신이 지금 눈앞에 찾아온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고 했다. “아델은 살아있나요?”

다음은 변요한과의 일문일답.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를 받기 전인 군대에서 읽었다고.
▲배경 자체가 원작 소설이랑 달라서 군대에서 읽었던 소설 속 아름다운 배경이 작품 속에 어떻게 잘 그려졌을까 생각했다. 80년대 배경이 영화에서 더 예쁘게 나오는데 감독님이 향기 나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한국의 미가 드러난 것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미래의 내가 와서 딱 하나만 질문을 한다면?
▲영화에서 수현은 30년 후에도 김현식 노래를 듣고 있다. 그 부분이 저는 되게 좋았다.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게 얼마나 많겠냐. 자기의 야망일 수도 있는데, 수현이는 되게 순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 작품을 찍어서 과거의 아주 작은 사건도 미래를 크게 바꾸는 걸 알았기 때문에 안 물어볼 것 같다. 계속 졸라서 물어보라고 하면, ‘아델은 살아있나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여동생과 대화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여동생과 연년생이다. 지금은 시집갔다. 평범한 가정에서 컸는데 연년생이어서 그런지 여동생이 저를 많이 배려해줬다. 하나하나 양보할 수밖에 없었을 거다. 지금 기자님들 만나서 인터뷰 하고 있는 것도 여동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춘기 때 특히 할머니랑 함께 살아서 더 그랬을 거다. 할머니는 장남에 대한 그런 게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떠겠냐는 질문에 정말 여동생이 생각이 났다. 감사함일 수도 있다. 지금은 잘 지내는데 더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가장 큰 소울메이트다. 정말 작은 거 하나하나 교류할 수 있을 만큼 수치스러운 것조차 말이다. 저보다 정신연령도 높고 든든한 친구다.
-영화 속 85년 배경이 펼쳐질 땐 돌고래쇼가 나온다. 실제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며 연기했나.
▲저는 돌고래쇼보다는 물개쇼 갔던 기억이 난다. 돌고래쇼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촬영할 때 채서진 배우님이 진짜 물에 들어가서 연기했는데 정말 신기했다.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제가 86년생이라 80년대 배경도 생소했던 배경이고 돌고래쇼도 굉장히 생소해서 신기하게 촬영했다.
-특별히 80년대를 표현하기 위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부모님에게 어렸을 때 사진첩과 아버지 사진을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저의 분장팀이 정말 훌륭하게 해주셨지만 사진을 보면서 조금의 의견을 낼 수 있었다.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저의 아버지가 되게 멋있게 보이더라. 저는 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처음 봤다. 덕분에 당시에 대해 이런 분위기였고 이런 배경일 수 있겠구나, 음악도 그렇고 조언을 얻었던 것 같다.
-아버지와 닮았나.
▲아버지가 더 날카롭게 생겼다. 오히려 전 어머니와 많이 닮았더라. 가족 채팅방에 그 이후로 사진을 계속 뿌리시는데 되게 아련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하더라. 답글을 쓸 수 없었다. 어르신들은 젊었네, 이야기하고 지금은 어떻게 됐다고 장난스럽게 대화하시는 문자를 보면서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비록 영화 내용이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장례식장 신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와인 마시고 촬영했다. 전날부터 고민이 많았다. 뮤지컬 ‘헤드윅’을 마치고 나서 새벽에 영화 촬영장으로 넘어오는데 ‘가슴이 아프다’고도 표현 못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싶었다. 우는 것 말고 어떻게 해야 해야하나, 그런 고민이었다. 괴롭고 싶었다. 괴로움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 괴로워야 관객 분들이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김윤석이 자신의 30년 후라면?
▲너무 멋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전 연기생활도 후배이지만 인생에 있어서도 선배님보다 모른다. 현장에서 컷소리가 나고 코트를 입은 선배님이 구석으로 가셔서 무언가를 멀리 바라보시면서 어떠한 고민을 하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선배님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다 아는 되게 훌륭한 연기파 배우이자 훌륭한 가장이지 않나. 그래도 현장에서 배우로서 치열하게 고민하시려 하고 배역을 위해 외로움을 느끼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선배님에게 뒷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한 게 빈말이 아니다. 뒷모습에 정말 많은 역사 같은 것들이 보였던 것 같다. 선배님 정말 멋있으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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