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끌 김인식(69) 감독은 갈수록 한숨이 늘고 있다. WBC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이후 하나 둘씩 선수들이 빠지고 있다. 이제는 메이저리거들의 출전도 불투명해져 대표팀 전력이 계속 약화될 처지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들의 대회 참가를 꺼리고 있다. 대회 시기가 3월초라 선수들의 몸 상태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가 소속된 텍사스는 최근 '추신수를 포함해 다르빗슈 유(일본), 엘비스 앤드루스(베네수엘라)의 대회 불참 요청서를 WBC 사무국에 제출할 계획이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협상 중이다. 부상에서 재활한 선수나 최근 부상을 당했던 고액 연봉자들을 관리하겠다는 거다. 구단이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의 몸 상태를 판단해서 참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아마도 구단 뜻대로 될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저지른) 강정호는 안 될 거 같고, 추신수도 참가가 힘들 것으로 본다"며 "가뜩이나 김광현은 수술하고, 오승환을 뽑지 못해 투수력이 걱정인데..."라며 한숨지었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도주 및 은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 전과까지 드러나 비난 여론이 거셌다. 대표팀 내부적으로는 강정호의 WBC 대표팀 제외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 엔트리에서 이미 김광현(SK)은 팔꿈치 수술로 불참이 확정이다. 이용찬도 수술로 빠졌다. 왼 무릎 수술을 받은 정근우는 출전 의지를 밝히고 있으나 내년 2월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이러다가 1년 전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때보다 전력이 약할 것 같다'는 말에 김 감독은 허허 웃으며 한숨만 내뱉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빠지면 다른 선수를 찾아 넣어야지 어쩌겠어"라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김광현과 강정호의 대체 선수를 발표하지 않고 내년 초에 예비 엔트리 50명에서 일괄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한편 대표팀은 지난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비공식 모임을 가졌다. 김인식 감독은 이 자리에서 "비활동 기간에 몸 관리는 물론 사생활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이날 참석한 20여명의 대표팀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대표팀은 내년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한국은 지난 대회 4강에 진출한 네덜란드, 첫 본선에 진출한 이스라엘, 대만과 한 조에 속했다. 상위 2개팀이 2라운드로 진출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