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강원FC의 행보가 이색적이다. 자본이 잠식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강원은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잇따른 영입 릴레이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며 미래지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승격이 확정된 후, 강원은 가장 강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원은 이적 시장에서 이근호,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박선주, 강지용에 이어 문창진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키웠다.
강원 조태룡 대표는 언론과 인터뷰서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기 위해선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전북 현대와 FC서울에 밀리지 않는 스쿼드를 만들겠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열흘 뒤 스쿼드가 완성되면 전북-서울과 맞붙어볼 만한 전력이라고 모두가 수긍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 대표의 발언에 축구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폭발적인 행보라는 평가와 그 반대의 입장도 있다. K리그에서 한 획을 그은 이근호를 시작으로 중국까지 진출했던 오범석 등의 영입으로 인해 전력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반대로 이근호를 제외하고는 이름값만 높고 기량이 예전만 못한 선수들의 영입이라는 분위기도 있다.
이근호는 올해 제주에서 35경기에 출장해 5골-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제주 공격의 한 축이었다. 지난해 시즌 중반 전북에 임대 선수로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고 올해 제주까지 이어졌다. FA로 강원에 합류하면서 가장 기대받고 있는 선수다.
그런데 강원은 이근호 영입으로 구단이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을 많이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료를 포함해 이근호의 연봉은 기대 이상이다. 선수의 꿈과 구단의 목표가 함께 한 것도 있지만, 이근호는 자신이 원하는 금전적인 꿈도 함께 이뤘다.
지난 시즌 50억 정도의 예산을 썼던 강원의 사정에 비하면 이근호의 연봉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조태룡 대표는 자신했다. 대표 본인의 능력으로 강원도를 비롯해 많은 스폰서십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보험왕 출신인 조 대표의 이야기는 그저 허풍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이미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단장을 지내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넥센 단장 당시 조태룡 대표는 70여개가 넘는 스폰서십을 이끌어 냈다. 여러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얻어낸 결과였다.
그런데 야구와 축구의 시장 차이도 눈여겨 봐야 한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빼고 매일 경기가 있고, 시즌 70경기 이상 홈 경기를 펼친다. 게다가 시장이 가장 큰 서울을 연고로 했다. 비록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유리한 고지를 갖고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원은 다르다. 지난 시즌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마케팅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다. 게다가 홈 구장의 변경이 잦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도 관중은 크게 늘지 않았다. 현재 냉정한 평가를 한다면 축구단으로서 강원의 스포츠 마케팅 효과는 거의 전무한 것이 사실이다.
강원이 내년에 구단 살림을 안정적으로 갖기 위해서는 강원도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또 가장 큰 기업인 강원랜드와의 관계도 좋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20억 정도의 투자를 받는 가운데 몇 배 이상의 후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소규모 업체들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성공적인 스폰서십을 이끌어 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조태룡 대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도내 스포츠 관련 분위기를 끌어 올려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계 올림픽과 축구는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시민구단 성남의 경우에도 결국 챌린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야심찬 준비를 했고, 기업구단과 큰 차이가 없는 투자를 했지만 어려웠다.
강원은 여전히 투자가 확실하다고 보기 힘들다. 통장에 입금된 것은 없다. 선수 구성도 더 알차게 해야 한다. 강원의 선수 변화는 필연적이다. 지난 시즌까지 구성됐던 선수들은 임대가 많았다. 기존의 팀으로 돌아가거나 군 입대를 앞둔 선수들이 많았다. 그들 대신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최윤겸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최 감독은 과거 본인이 데리고 있던 코치에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코칭스태프가 흔들리면 선수단도 흔들린다. 조용하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올 겨울 강원의 행보는 적극적인 투자를 선보였던 EPL의 맨체스터시티 혹은 QPR과 비교를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강원은 다르다. 맨시티와 QPR은 실패를 하더라도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워낙 갑부인 구단주의 지원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반면 강원은 현재 투자가 확정된 것이 없다.
전북-서울급의 선수단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본다면 낙관적이진 않다. 전북과 서울의 선수단이 한 시즌만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전북의 경우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선수를 영입했다. 서울은 이미 명문구단으로 기틀이 잡혀있던 구단이다. 강원과 차이가 크다.
강원은 앞으로 선수 영입도 더 이뤄진다고 한다. 일단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추후 수습하기에 강원의 행보는 예상보다 대단하다. 강원의 도전이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위험해 보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