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한화 결산] 우승 후보는 허상, 역대급 내우외환의 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2.18 06: 44

우승 후보는 허상이었다. 역대급 내우외환의 해였다. 
한화는 올 시즌 전 우승 후보 중 하나이자 5강은 기본으로 올라갈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게 지난 겨울 FA 정우람과 심수창 영입, 괴물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 메이저리그 거포 윌린 로사리오 계약으로 거침없이 투자하며 기대감을 잔뜩 끌어올렸다. 최고연봉(102억1000만원) 팀으로서 성적을 내는 것은 당연한 과제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스타트부터 꼬였다. 에이스 로저스르 비롯해 등 주축 투수들이 부상으로 4월 개막 시점에 합류하지 못했고, 기대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도 더뎠다. 선발진이 붕괴되자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며 손 쓸 도리가 없었다. 김태균과 로사리오마저 시즌 초반 부진에 시달리는 등 5월25일까지 11승31패1무 승률 2할6푼2리로 끝없이 추락했다. 

5월말부터 김태균·로사리오가 살아나며 이용규·정근우·송광민과 함께 강력한 타선을 구축했고, 윤규진·이태양·심수창이 선발과 구원에서 새로운 힘을 보탰다. 젊은 피 장민재·양성우·하주석도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뜨겁게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5월26일부터 7월31일까지 50경기에서 30승18패2무 승률 6할2푼5리를 찍으며 탈꼴찌에 성공, 5강 싸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외국인 투수 파비오 카스티요, 에릭 서캠프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며 투수진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마운드 보직 파괴 작전으로 승부를 띄웠지만 무리수와 자충수가 이어졌다. 결국 8월에만 송은범과 장민재에 이어 권혁과 송창식까지 핵심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9월엔 이용규와 로사리오마저 시즌 아웃돼 희망이 사그라졌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5강 희망을 이어갔지만, 10월2일 대전 넥센전 패배를 끝으로 가능성이 소멸됐다. 지난 2008년부터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된 순간. 최종 성적은 66승75패 승률 4할6푼8리로 7위였다. 지난해보다 1계단 떨어진 순위로 김성근 감독 부임 후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내우외환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시즌 내내 이어졌다. 오래된 논란인 투수 혹사와 벌칙성 특타에 비난이 쏟아졌고, 급기야 5월에 김 감독은 허리 디스크 수술로 12경기를 결장하기도 했다. 구단 안팎에서는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내부 정보들이 외부로 유출되며 각종 논란이 가열됐다. 시즌 종료 후에도 계약기간 1년이 남은 김 감독의 거취를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갔다. 한화는 김 감독을 재신임하는 대신 박종훈 신임 단장을 선임하며 현장과 프런트 '이원화' 체제를 선언했다. 
▲ 2016시즌 최고의 경기 - 6월4일 대구 삼성전
시즌 초반 끝없는 추락을 거듭한 한화는 5월26일 고척 넥센전부터 6월8일 대전 KIA전까지 12경기 11승1패로 대반격에 나섰다. 3~5일 대구 삼성전 3연전 싹쓸이가 결정적이었는데 그 중 4일 경기가 하이라이트였다. 선발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으로 3회에 강판됐지만 송창식이 5~6회 두 번의 무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7회 로사리오의 적시 2루타 등으로 3점을 달아난 한화는 7회부터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으며 8-7 승리를 지켰다. 9회 무사 만루에서 배영섭을 병살타, 박해민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경기를 끝낸 장면이 백미. 한편의 영화였고, 주연은 심수창이었다. 
▲ 2016시즌 최악의 경기 - 4월14일 대전 두산전
2-17. 스코어만으로도 최악이지만 그보다 더 잊을 수 없는 건 송창식의 12실점이었다. 로사리오가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온 이날 경기, 선발 김용주는 1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데 그쳤다. 0-0, 2사 만루에서 송창식이 긴급 투입됐지만 오재일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악몽의 시작이었다. 송창식은 2회 3실점, 3회 5실점, 4회 1실점, 5회 2실점으로 매 이닝 점수를 내줬다. 이미 스코어가 두산 쪽에 크게 기울어졌고, 실점도 두 자릿수를 넘었지만 송창식은 마운드를 외롭게 계속 지켰다. 4⅓이닝 90구 9피안타 4피홈런 2볼넷 12실점(10자책). 벌투 논란의 중심에 선 김성근 감독은 어지럼증으로 경기 중 덕아웃을 떠나 병원 검진을 받는 등 최악의 날이었다. 
▲ MVP - 김태균
최악의 출발이었지만 결국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김태균은 누가 뭐래도 김태균이었다. 5월24일까지 김태균은 42경기 타율 2할7푼6리 1홈런 16타점 OPS .747로 그답지 않은 성적을 냈다. 한 때 스스로 2군행도 자청할까 생각했지만 최악일로를 걷는 팀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 1군에서 버티고 버틴 김태균은 스스로 돌파구를 찾았고, 한 차례도 결장없이 144경기를 모두 선발로 뛰었다. 타율 3할6푼5리 193안타 23홈런 136타점 94득점 108볼넷 97삼진 OPS 1.044. 역대 KBO리그 최초의 300출루(310출루) 대기록으로 출루율(.475) 타이틀도 가져갔다. 2008년 이후 8년 만에 골든글러브(지명타자)도 받았다. 한화 자존심을 지킨 4번타자였다. 
▲ WORST - 로저스
총액 190만 달러로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 몸값을 받은 로저스였지만 '먹튀'로 전락했다. 시즌 전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이상을 일으킨 로저스는 염색 논란으로 김성근 감독과 불화설까지 나돌았다. 5월초 1군 마운드에 복귀했지만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5월29일 대전 롯데전 9이닝 127구 2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에이스 면모를 보였지만 그 날이 마지막 불꽃이었다. 6월4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3회 강판됐고, 검사 결과 인대 손상으로 밝혀졌다. 결국 6월24일자로 웨이버 공시돼 허무하게 팀을 떠났다. 6경기 37⅔이닝 601구 2승3패 평균자책점 4.30. 한화는 로저스의 1승에 95만 달러, 1구에 3115달러를 썼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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