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롯데 결산] '2년 연속 8위' 롯데, 끝내 찾지 못한 승부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2.17 05: 59

2년 연속 8위, 4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 롯데의 올시즌은 또 다시 '실패'였다. 시즌 내내 찾아 헤매던 승부처는 없었다.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독을 교체했다. 이종운 전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SK 수석코치로 있던 조원우 감독을 선임했다. 최근 4년 간 3번째 사령탑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구단의 투자가 확실했다는 점. 내부 FA였던 송승준을 비롯해 외부 FA 시장에서 윤길현, 손승락을 붙잡으며 조원우 감독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조쉬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짐 아두치와 모두 재계약에 성공, 외국인 변수마저 차단했다.
시즌 초반은 돋보이지 않았지만 무난했다. 당초 목표였던 5강 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전반기 82경기에서 39승43패로 마무리, 5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후반기 62경기에서 27승35패에 그치며 추락했다. 후반기 승률은 kt보다 한 단계 위인 9위였다. 

조원우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관리하며 여유있게 시즌을 운영했다. 불펜 운영이 그랬다. 필승조를 투입해 승부를 볼 수 있는 순간에도 한 템포 쉬어갔다. "시즌 후반이 승부처"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관리 야구는 정작 중요한 순간, 상승세에 발목을 잡았다. 결국 승부처는 찾아오지 않았다. 또한 '지역 라이벌' NC에 14연패가 포함된 1승15패로 마무리, 체면을 구겼다.
주전들의 부상도 부진한 성적의 이유다. 오승택, 문규현, 황재균, 송승준, 윤길현, 손승락, 강민호까지. 돌아가며 부상으로 신음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들이 지난 시즌과는 달리 전력에 힘을 싣지 못했다.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심한 기복을 보였고 아두치는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복용한 마약성 진통제(옥시코돈)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 퇴출됐다.
아쉬운 시즌이었고 곱씹어 볼만한 문제들이 산적했다. "불펜이 약한 것 같다"는 구단주의 말 한 마디에 윤길현과 손승락을 영입했지만 불펜은 나아지지 않았고 선발진 역시 송승준의 부상 낙마와 외인들의 부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 소득도 있었다. 만년 유망주였던 김문호가 잠재력을 터뜨린 것을 시작으로 1루수 김상호가 두각을 보였다.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의 '박트리오'는 올해 투수진의 수확이었다. 오랜만에 투타 모두 세대교체 자원들이 등장한 시즌이었다.
▲2016시즌 최고의 경기-6월28~30일 사직 삼성 3연전 끝내기 승리
올시즌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이었다. 6월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삼성과의 홈 3연전을 모두 끝내기 승리로 장식했다. 28일 경기에서 4-4로 맞선 10회말 1사 2,3루에서 문규현이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서막을 장식했고 이튿날 경기에서는 9회말 3-4로 뒤지던 9회말 1사 2,3루에서 문규현이 2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때려냈다. 그리고 30일 경기에서 6-6으로 맞선 10회말 황재균이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우중월 솔로포를 때려내며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다. 문규현은 KBO리그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의 주인공이 된 첫 번째 선수였다. 또한 롯데는 두산의 전신 OB가 1988년 6월17일 잠실 빙그레전과 6월 25~26일 롯데전에서 3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를 만든 이후 KBO 역대 두 번째 3경기 연속 끝내기 기록을 만들었다. 
▲2016시즌 최악의 경기-7월29일 수원 kt전 11-12 끝내기 패배
끝내기로 흥한 롯데는 끝내기로 고개를 떨궜다. 7월29일 수원 kt전. 롯데는 선발 송승준이 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지며 백기를 드는 듯 했다. 하지만 타선은 포기하지 않고 난타전 양상을 만들었다. 8-10으로 맞이한 9회초. 타선은 끝까지 제 역할을 다했다. 9회초 2사 2루에서 황재균의 적시타로 추격하더니 강민호의 극적인 역전 투런포가 터지면서 대역전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무리 손승락이 9회말 1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전민수에 동점 적시타,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심우준에 끝내기 적시타를 맞고 패했다. 이 패배 이후 kt 3연전 스윕을 당했고 롯데의 후반기 몰락의 기점이 됐다. 이후 롯데는 22승31패(승률 0.415)에 머물렀다. 또한 수원 3연전 동안 원정 숙소에서는 불미스러운 '배달 음식'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MVP-이정민
윤길현과 손승락을 영입해 불펜 강화를 꾀하려고 했던 롯데였지만, 정작 불펜의 에이스이자 마운드를 지탱한 선수는 연봉 6500만원의 프로 15년차 베테랑 이정민이었다. 이정민은 올시즌 67경기 등판해 5승2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16의 성적을 남겼다. 팀 내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은 1.73으로 리그 60경기 이상 등판한 불펜 투수 21명 중 6번째로 높았다. 초반 롱릴리프, 패전조, 추격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지만 결국 이정민은 필승조 자위까지 상승했다. 완급조절에 눈을 뜨면서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심어줬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WORST-투수 FA 3인방(송승준 윤길현 손승락)
롯데는 송승준과 윤길현, 손승락 내외부 FA를 잡는데 138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FA 투수들과 롯데는 인연이 없는 듯 했다. 송승준은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면서 10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8.71에 그쳤다. 송승준이 없는 롯데 선발진은 결국 한 시즌 내내 부침을 겪었다. 또한 윤길현은 필승조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62경기에 등판했지만 7승7패 16홀드 평균자책점 6.00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무리 손승락은 20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체면 치레를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28이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138억원을 투자한 이들의 WAR의 합은 1.04였다(송승준 -0.13, 손승락 1.07, 윤길현 0.10).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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