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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그리는’ 작가 허수영,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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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주목 받는 신세대 작가 허수영 씨(32)가 개인전을 연다. 새해 1월 8일까지 학고재갤러리에서 2013년 이후 3년간 작업한 16점의 작품을 이번 개인전을 통해 소개한다.

3년이라는 작업 시간을 한정 짓는 이유는 허수영 작가의 종전 개인전이 딱 3년전에 열렸기 때문이다. 20대의 나이에 인사미술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허 작가가 그 사이 정통 회화 16점을 완성했다. 허 작가의 ‘1년’ 시리즈가 이번에 처음 공개 된다. 

허수영의 회화 작품은 켜켜이 쌓아 올린 시간의 흔적을 풍경화로 담고 있다. 작가는 최근 몇 년 동안 수 차례 레지던시에 선정 돼 도착, 정착, 떠남이라는 행보를 반복했다. 짧은 정착의 시간은 작가로 하여금 기록에 대한 욕구를 솟구치게 만들었다. 허수영은 곧바로 주변 풍경을 캔버스로 옮기기 시작했다.

레지던시 기간 동안 한 장소를 거의 매일 방문해 그곳의 풍경을 한 폭의 캔버스 위에 겹쳐서 그렸다. 방문하는 횟수만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은 캔버스 위에 켜켜이 쌓여갔다. 이렇게 축적된 시간은 세월의 무게처럼 심오하고 중후하다. 

허수영 작품의 대부분은 자연 풍경을 담고 있다. 작가는 “그것이 자유로운 붓질을 하며 필력을 드러내기에 가장 용이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한다. 

허수영은 대학 생활 시작과 함께 곤충도감, 식물도감, 동물도감 등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유롭게 필력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 주제로 자연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한 그에게 도감들은 선별된 자연의 고급 이미지들이었다.

작가는 도감들을 살펴보는 데만 머무르지 않았다. 아예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캔버스에 그리는 작업을 했다. 그 작품이 데뷔작인 ‘한 권의 책 한 점의 그림’(2008)이다. 한 장의 캔버스에 여러 컷의 장면을 겹쳐 그리는 독특한 작업 과정은 데뷔작에서부터 시작 됐다.

봄에는 앙상한 가지 위에 피어나는 싹들을 그렸다. 여름이 오면 봄의 풍경 위에 무성한 푸른 잎들을 그렸다. 가을이 되면 여름의 짙은 녹색들을 울긋불긋하게 덧칠하고, 겨울이 되면 그 위로 내리는 눈을 그렸다. 이렇게 사계절이 한 화면에 누적되면 비로소 그림이 끝났다. 이 시리즈가 발전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 됐다.  

그는 2014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리서치트립에 선정 돼 여행을 떠났다.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여행지로 택했다. 작가는 이 여행 이후 이전의 그림들을 꺼내 다시 붓질들을 하기 시작했다. 

메뚜기 떼의 습격과 밤하늘의 우주를 경험한 그는 대자연을 통해 인간 삶을 다시 고찰하게 됐다. 아프리카의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이 단지 그 곳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시각에 가려져 있다고 무관심하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그림은 사실적 필치로 그려낸 장면의 중첩이자 반복이다. 이렇게 완성된 이미지는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하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허수영은 회화의 기본인 원근법을 넘어서지 않는다. 원경과 근경의 모든 대상들을 동일한 강도로 그려낸다. 원경의 밑그림이 근경의 주제를 위해 희생하지 않으며 배경은 본래의 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양한 풍경과 함의적 시공간은 하나의 캔버스 안으로 들어온다.

허수영은 주목받는 신진 작가들 중에서도 특히 그림 잘 그리는 작가로 불린다. 기혜경 북서울 시립 미술관 운영부장이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 네이버 ‘헬로! 아티스트’에 주목해야 할 작가로 허수영을 추천하기도 했다.

2008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고, 2010년 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자하미술관(2010), 인사미술공간(2013)에서 개인전을, 금호미술관(2013, 2014), OCI 미술관(2014)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금호창작스튜디오,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 돼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자하미술관, 서울과학기술대학교미술관, OCI 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아카이브 등 국내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00c@osen.co.kr

[사진] '숲10 Forest10'(위)와 '잔디02 Gras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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