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젝키와 달리 H.O.T가 재결합 못하는 이유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2.16 11: 11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젝스키스는 비록 고지용이 빠지긴 했지만 해체 16년 만의 재결합을 대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그러나 H.O.T의 재결합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 이유는 가요계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가요계는 아이돌그룹의 세대교체가 두드러진다. 빅뱅의 질주 속 엑소 샤이니 인피니트 등이 꾸준하긴 하지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이 물갈이에 앞장섰고, 카라 포미닛 레인보우 투애니원 등은 해체했다. 향후 미쓰에이 비스트 시크릿도 어떤 형식이든 변화가 있을 것이다.
힙합과 댄스곡의 맹위 속에서도 드라마 삽입곡(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거미의 ‘유 아 마이 에브리씽’ 등)과 MBC ‘복면가왕’ 등의 음원, 그리고 발라드(임창정의 ‘내가 저지른 사랑’, 정승환의 ‘이 바보야’ 등)가 선전했다.한동근, 그룹 스탠딩에그,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 등 무명가수들이 대대적인 프로모션이나 홍보 활동 없이도 뒤늦게 차트를 휩쓰는 복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부 연예인이 성 관련 추문에 휩싸이는가 하면  이정, 버벌진트 등이 음주운전으로 입건됐고, 인순이와 이미자는 탈세 의혹에 휩싸였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은 중국내 일부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한류열풍에 대한 반발과 경계심리를 폭발시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사업 수출이 거의 막히는 결과를 낳았다. 세월호 참사에 송강호 등 영화인들이 시국선언을 할 때 대다수 조용했던 가수들은 최순실 게이트엔 다수가 발 벗고 나섰다. 촛불집회에 이승환 조피디 전인권 한영애 이은미 DJDOC 등이 참여하고, 시국비판 혹은 조롱, 그리고 국민위안의 신곡을 발표했다.
와중에 SM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지금의 아이돌열풍의 효시 격인 H.O.T와 S.E.S의 행보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S.E.S는 친정에서 재결합을 선언했다. 일시적 쇼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2의 팀창단을 의미한다. H.O.T의 재결합이 힘든 이유는 S.E.S와 젝스키스가 답이다.
바다는 뛰어난 뮤지컬가수지만 정상급 창작자는 아니다. 따라서 S.E.S는 SM의 프로듀싱 아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건 젝스키스도 마찬가지. 비록 친정 DSP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큰 공룡인 YG엔터테인먼트였기 때문에 ‘무조건’ 재결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여전히 YG의 뮤지션 관리 및 음악작업과 경영에 일일이 손을 대고 있다. 컨트럴타워가 확고한 양 대표의 지시아래 놓여있다는 것이 바로 확실한 창작자가 없는 젝스키스가 재결합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H.O.T 멤버는 강타만 SM일 뿐 각자 다른 기획사(혹은 무적)에 소속돼있다. 팀으로 치자면 문희준이 리더지만 리드보컬리스트는 강타다. 사실 강타는 전 멤버 중 현 위치에선 가장 두드러진 솔로가수이자 프로듀서이자 크리에이터다.
그는 팀 해체이후에도 계속 SM에서 보수를 받고 있으며 스톡옵션도 할당받았다. 아쉬울 게 없고, 그래서 더 이상 H.O.T ‘같은’ 음악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강타는 발라드나 R&B 성향이지만 문희준은 록마니아다.나머지 멤버는 약간 불투명하다. 젝스키스엔 양현석이란 강력한 구심점이 있지만 그들에겐 없다는 게 재결합이 요원한 결정적인 이유다.
강타가 중심이 된다면 가능하겠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따를 이유와 명분의 절차탁마(수련)와 마부위침(인내)이 부족하고 강타 역시 파부침주(죽기 살기)의 의미가 흐릿하다.
그건 아이돌그룹의 자연스런 세대교체 혹은 이합집산과도 자연스레 연결된다. 보이그룹이나 걸그룹이란 또 다른 명칭에서 보듯 아이돌은 나이가 들면 다른 정체성을 찾아야한다. 신화가 오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또 같이’란 각자의 이해득실에 대한 현명한 계산에 합심했다는 데 있다. 각자 하고 싶은 솔로의 행보를 이어가면서 연례행사 식으로 신화를 이어가는 현명한 타협이다.
그런데 모든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그렇게 성숙하진 않다. 주변의 유혹 역시 줏대와 명분을 지키는 데 꽤 큰 변수다.
무지와 추문 등은 비단 가수뿐만 아니라 연예인의 영원한 숙제다. 학력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인격의 명제다. 나이가 어린 이유라기보다는 가정교육부터 올바른 인성 및 인격의 교육, 그리고 스스로의 도덕적 가늠자에 대한 학습의지가 옳고 그름을 가른다.
추문의 중심엔 비뚤어진 우월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른 나이에 과분한 부와 명예를 누리다보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고사하고, 스타를 만들어준 대중에 대한 기본적인 고마움과 예의는커녕 기초적인 평등의 의식조차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위여부를 떠나 탈세(혹은 누락신고) 의혹에 휩싸인 인순이 등에 비하자면 이승환 조피디 이효리 등은 선배로서의 솔선수범을 많이 해내고 있다. 가요는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싼값에, 가장 쉬운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다.
서슬 퍼렇던 1970~80년대 적지 않은 민중가수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패기와 용기를 담은 민중가요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가요계가 풍족해진 1990년대 이후엔 그런 사조는 사라지고 싸구려 사랑타령 아니면 욕설이 난무하는 인스턴트식 소비문화만 창궐할 따름이다.
그 와중에 ‘길가에 버려지다’ 같은 노래로 국민의 아픔을 달래주려 나선 이승환 전인권 이효리 같은 ‘선배’가 있다는 것은, 우리 가요계에 ‘정신’이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훌륭한 증거다.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지 않고서도 볼빨간사춘기 등의 인디뮤지션들이 음원차트를 석권할 수 있었던 현상 역시 가요계의 희망의 횃불이다. 이는 KBS MBC SBS 등 거대 지상파 3사가 유행과 소비를 주도하던 패러다임이 지나가고, 소비자의 온라인을 통한 자발적인 취사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감상의 자유가 보장된 시대적 변화가 낳은 쾌거다.
드라마 삽입곡,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메이크된 예전 히트곡 등 감성에 호소하는 발라드 스타일의 곡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음악은 몸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감상하는 콘텐츠란 아주 당연한 진리에 있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사진> Y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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