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올 시즌 성적표를 보면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박석민(NC), 야마이코 나바로(전 지바 롯데), 임창용(KIA)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면서 전력 약화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삼성의 올 시즌 화두는 공백 최소화. 류중일 전 감독은 괌 1차 캠프 때 "이적 선수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옛 속담이 무색할 만큼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 속에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주축 선수들이 연쇄 부상에 시달리며 100%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에 등극하는 등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했으나 정규 시즌 9위(65승 78패 1무)로 마감했다. 2009년 이후 7년 만의 포스트시즌 탈락.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표현한다. 특히 선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선발진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니 무너질 수 밖에. 외국인 투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차우찬도 가래톳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다승왕 출신 장원삼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장원삼은 시범경기 4차례 등판을 통해 2승(평균 자책점 3.60)을 거두는 등 정규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허리 부상을 비롯한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5승 8패 2홀드(평균 자책점 6.92)에 머물렀다. 뜻하지 않은 부진 속에 5년 연속 10승 달성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선발 투수로서 내 역할만 제대로 했더라면 팀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텐데 내가 까먹은 게 너무 크다"는 게 장원삼의 말이다. 심창민은 데뷔 첫 20세이브를 달성하며 합격점을 받았으나 안지만이 빠진 계투진은 뭔지 모를 허전감을 느낄 수 밖에.
타선에서는 홈런왕 출신 듀오 이승엽과 최형우가 매서운 타격감을 과시했고 신인왕 출신 구자욱은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할 만큼 지난해보다 한 단계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 박해민은 2년 연속 도루 1위에 등극하는 등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박석민의 FA 보상선수 최재원은 깜짝 활약을 펼치며 보석 선수라는 애칭을 얻기도.
▲2016시즌 최고의 경기-6월 11일 광주 KIA전 김기태의 데뷔 첫 선발승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김기태가 대형 사고(?)를 쳤다. 선발진의 잇딴 부진 속에 중책을 맡게 된 그는 5이닝 2실점(2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1볼넷) 깜짝 호투하며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삼성은 KIA를 꺾고 3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후 김기태는 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호투를 뽐내며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 언제 부턴가 '연패 스토퍼'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생겼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건 아쉽지만 의미있는 한 해였다.
▲2016시즌 최악의 경기-6월 28~30일 사직 롯데 3연전 끝내기 패배
돌이켜 보면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삼성은 6월 28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 모두 아쉽게 패했다. 류중일 전 감독도 올 시즌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꼽았다. 1차전서 4-4로 맞선 10회말 1사 2, 3루서 문규현에게 좌중월 스리런을 얻어 맞고 4-7로 졌다. 이어 2차전서 4-4 동점인 9회말 1사 2, 3루에 문규현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4-5 패배. 3차전에서 6-6으로 맞선 연장 10회말 황재균에게 우중월 끝내기 솔로 아치를 허용하고 말았다. 사직 3연전을 제대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MVP-최형우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이었다. 정확성과 파괴력을 고루 갖춘 최형우는 올 시즌 타율(.376), 최다 안타(195개), 타점(144개) 등 3개 부문 1위에 등극했다. 3년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는 등 국내 최고의 토종 거포로서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개인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긴 슬럼프도 없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루 이틀 못치면 그 다음부터 잘 쳤다. 크게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KIA와 4년간 총액 10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최형우의 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팀컬러 변화를 예고했다. 도루왕 출신 박해민과 김상수 뿐만 아니라 구자욱, 배영섭, 조동찬 등 발빠른 선수들을 앞세워 상대 배터리를 교란시킬 계획이다. 장타 생산은 이승엽과 외국인 타자의 몫이 될 전망이다.
▲WORST-외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한해 농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중일 전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이라며 "외국인 투수가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 주고 토종 선발들이 뒤를 받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삼성은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들의 집단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앨런 웹스터, 콜린 벨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 등 4명의 투수가 6승을 합작하는데 그쳤고 일본 무대 경험이 풍부한 아롬 발디리스(내야수)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 삼성은 올 시즌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마크 위드 마이어 전 워싱턴 내셔널스 수비 코치를 정보 코디네이터로 영입하는 등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를 보강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