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30G 7승, 올 시즌 13G만에 달성
서남원 감독, "50% 승률 기대, 욕심은 없다"
30경기에서 13경기. '만년꼴찌' KGC인삼공사가 시즌 7승을 달성하기까지 걸린 경기수가 대폭 줄었다. 2016-17시즌이 절반도 안 지난 시점에 지난 시즌 전체 승수에 도달한 것이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15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과 2016-17시즌 V리그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7, 25-14, 27-25)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시즌 7승(6패)째를 거둔 KGC인삼공사는 13경기 만에 지난 시즌 30경기를 통틀어 기록한 7승(23패)에 도달했다.
지난 시즌 승점 22점으로 독보적인 꼴찌였지만 올 시즌은 13경기 만에 승점 20점을 확보, 3위 현대건설(8승5패·20점)을 뒤쫓는 4위에 자리했다.
지난 2시즌 연속 최하위로 마치며 추락한 KGC인삼공사는 새 사령탑으로 2년 전 한국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서남원 감독을 영입했다. 백목화·이연주와 FA 재계약 실패로 전력약화가 뚜렷했지만, 서 감독은 세터 한수지를 센터, 센터 장영은을 레프트로 옮기는 포지션 변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시즌 전 KOVO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감까지 얻은 KGC인삼공사는 김해란이 부상으로 빠진 1라운드 1승4패 꼴찌로 시작했지만 2라운드 4승1패, 3라운드 2승1패로 반등했다. 새 외국인선수 알레나 버그스만이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센터 한수지, 레프트 장영은 모두 새 자리에 연착륙했다.
국내 최고 리베로이자 KGC인삼공사 전력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김해란은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게끔 눈치를 주지 않고 파이팅을 내주시는 게 크다"고 이야기했다. 장영은 역시 "감독님은 연습할 때도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잘못된 부분은 한 번 이야기하고 다시 언급을 안 하신다"며 서남원 감독의 칭찬 리더십을 변화의 비결로 꼽았다.
서 감독은 "굳이 지나간 것을 다시 각인시켜봐야 좋을 것 없다. '너 이거 왜 못했어' 지적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하려 한다. 평소에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도 자주 한다"며 "우리 선수들이 점점 자신감을 갖고, 조금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현대건설과 승점이 3점밖에 차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봄배구도 바라볼 만하다.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김해란은 "작년까지 꼴찌였고, 레프트 주전 선수들이 빠져 시즌 전에는 4위를 목표로 했다. 그런데 경기를 할수록 팀이 좋아지고 있고, 점점 플레이오프 욕심이 난다. 선수들도 플레이오프를 머릿속에 넣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원 감독도 "플레이오프를 생각하며 욕심을 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계하지만 조금씩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서 감독은 "몇 승이라고 목표를 정해놓은 건 없다. 눈앞의 경기를 열심히 신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3라운드가 끝나기도 전에 지난 시즌 승수를 채웠다. 앞으로도 승률 50% 정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원래 60%라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서 감독은 "우리가 잘할 때는 엄청 잘하지만 안 될 때는 또 안 된다. 지금 이게 실력이라고 믿고 느슨해지면 또 떨어질 것이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조금씩 봄배구를 바라보기 시작한 KGC인삼공사의 겨울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