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트로피 싹쓸이? 미안한 느낌들정도"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2.17 11: 11

배우 이병헌에게 영화 '내부자들'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의미 있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도 그럴것이 2016년 한 해, '내부자들'로 이병헌은 상이라는 상은 다 휩쓸었다. 그간 유독 인연이 없었던 청룡영화상 역시도 남우주연상으로 이병헌을 선택했다.
상복이 터진 한 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병헌은 미안한 느낌이 가장 크단다. 자신이 이렇게나 많은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몸둘바를 모르겠는 눈치였다. 
그리고 '내부자들'과 안상구 캐릭터에 감사한 마음이 큰 눈치이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만들어준 일등공신인 '내부자들'은 이제 이병헌의 필모그래피에 평생 남을 대표작이 됐다. 

이것이 사실 배우에게는 좋은 일임과 동시에 발목잡힐 일일 수도 있다. 그것과 비슷한 캐릭터를 보면 그것을 떠올리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배우가 연기로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리고 이병헌은 이를 넘어섰다. 연기로 승부를 본 그였기에 '마스터'에서도 연기로 자신 앞에 놓인 높은 산을 제대로 넘어버렸다.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마스터'가 '내부자들'의 안상구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는지.
▲ 나는 연기를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 어쩌면 '내부자들'의 안상구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너무 각인이 되어 있고 그 이후로도 예능 프로, 코미디 프로에서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1년 이상 지났음에도 많은 분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어서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은 같다. 
- 두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슷한 것 같다.
▲ 영화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리를 끄집어내서 보여준다는 점에선 흡사한 색깔일진 모르지만 연출이라던가 템포라던가 등에서 색깔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내부자들'은 독하고 진하고 세다는 느낌이라면 '마스터'는 경쾌하게, 신나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다른 템포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 '내부자들'로 트로피를 휩쓸었다.
▲ 사실 얼마 전에도 예술인상을 받으러 갔다. 그때 수상소감으로 이야기했지만 약간 미안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이 많은 상을 받아도 되는건가 싶다. 그리고 새삼 '내부자들'이라는 영화가, 안상구라는 인물이 정말 많은 영향을 줬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다. 최고로 많이 받은 한 해다.
- 청룡 수상소감이 화제를 모았다. 평소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가.
▲ 관심이 특별히 많거나 그렇지는 않다. 일반적인 정도이다. 설사 내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표현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그때는 너무 정신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냥 내가 느낀 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다. 소신이 분명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요즘 TV를 보면서 느낀 걸 이야기한 것 뿐이었다. 그걸 가지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누구나 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나는 오히려 '어떻게 저런 뻔한 이야기를 하나' 생각할거라고 생각했다. 
- 연기 생활을 하면서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을텐데.
▲ 매번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받는데 목표를 세워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온전히 향해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 확신이 덜하고 불안감도 더한 특수한 직업이라 앞에 것에 대한 목표를 가지는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든다. 딱히 목표가 있지는 않다. 
- 극 중 진회장처럼 본인 스스로의 합리화를 한 적도 있나.
▲ 합리화는 늘상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서도 상대방의 입장이나 견해를 되도록이면 그쪽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내 자신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고 언제든 그러는 것 같다. 연기를 어떤 작품에서 어떻게 했는데 속으로는 '내가 왜 저렇게 연기했지' 후회를 하지만 누군가가 연기에 대해 지적했을때 '맞아요' 이렇게 이야기하기보다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어요'라면서 어느순간 합리화 시키는 것 같다. 그런 합리화가 계속 반복되는 것 같다. 크게든 작게든 자기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 같다. / trio88@osen.co.kr
[사진]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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