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이병헌 "악역 제안 거의 없어..8년만이라 새로워요"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2.18 11: 14

이견 없는 악역이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안상구라는 캐릭터를 '악역'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 안상구는 악역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나쁜 짓을 한 건 맞지만 '내부자들'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악한' 인상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영화 '마스터'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이병헌의 악역 연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조 단위의 사기를 치는 사기꾼, 그를 잡기 위한 형사, 그리고 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브레인까지 이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마스터'에서 이병헌은 화려한 언변과 재빠른 두뇌를 지닌 사기꾼 진회장 역을 맡았다. 진회장의 이름은 진현필. 이름의 자음만 따놓고 보면 'ㅈㅎㅍ'이다.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사기꾼 조희팔이 진현필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진현필의 주 무대는 금융 사기. 조 단위의 사기를 치는 사기꾼이기에 그에게 피해를 입은 소시민들은 어마어마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행복을 꿈꾸는 이들의 희망을 짓밟은 진회장은 그야말로 이견없는 악역.
악역 제안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는 이병헌은 '마스터'가 때문에 새로운 기회이자 새로운 경험이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게다가 늘 변신을 즐기는 배우이기에 악역을 연기하는 것 역시 거부감은 없었다고.
다음은 이병헌과의 일문일답.
- '마스터' 출연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 '내부자들' 이전에는 악역 자체가 캐스팅 들어온게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내부자들'도 악역이라고 하기 어렵지 않나. 일단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악역을 한거라 새로운 기회, 새로운 경험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자주있을 것 같진 않았다. 
- 악역을 맡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건가.
▲ 그 이전에도 악역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워낙 해본 걸 또 하는 것에 대한 싫증이라던가 안 해 본 것에 대한 갈증이 막 크지는 않지만 배우는 기본적으로 다른 걸 할 때 희열을 느끼는 동물들이라 새로운 것이 호기심있게 다가오는 편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으면서 악역을 하긴 했지만 할리우드 악역들은 악역인데도 배경이 있다거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 주어졌던가 후반부에 가서 결국 좋은 쪽으로 변하는 등의 부분이 있는 악역이었다. 한국에서 한 영화로만 따지자면 '놈놈놈' 이후 8년 만에 한 악역이다. 
- 진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 인물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판타지적인 인물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감독이 조희팔을 참고했다고 하지만 조희팔을 비롯해서 너무나 많은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아주 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사기꾼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변화무쌍한 모습을 그려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사람, 처한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꿀 수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달리 얼굴을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 인간이다. 배우로서는 재밌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 러닝타임이 길었다는 생각이 좀 든다. 물론 지금 버전으로 편집한 것에 대한 감독의 노력이 보이기도 했다. 4시간이 넘는 첫번째 편집본이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이걸 줄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템포를 빨리 해서 놓치는 것 없이 편집을 했더라. 대부분 편집을 위해 장면을 통으로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 없이 잘 줄이긴 했다. 관객들이 푹 빠져서 보면 길게 안 느껴질 순 있겠지만 생리적으로 화장실도 가야하고 그러면 몰입이 안되지 않나. 그런 걱정이 들더라. 무대인사를 돌면서 그런 이야기를 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영화는 나름 괜찮게 봤다. 지금 이야기하는건 굳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거다. 아쉽다면 러닝타임에 대한 부분이 좀 아쉬운 부분이다. 
- 쉴 틈 없이 달려오고 있다. 휴식에 대한 생각은 없나.
▲ 영화 일이라는게 2년에 한 번 작품 할때도 있다. 그때는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나리오가 그만큼 많이 안들어오거나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거나 이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쉬는거다. 지금은 텀을 두고서 작업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다보면 이 작품은 꼭 하고 싶다, 저 작품은 놓치고 싶지 않다 이런 작품들이 최근에 되게 많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 영화가 세계에서 알아 줄 만큼 급성장하지 않았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일수도 있다. 요즘엔 좋은 시나리오가 눈에 많이 띈다. (의도적으로 휴식을 갖고자 하는 생각은 하는건가) 그런 생각이 조금 들긴 한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2편에 계속.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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