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에서 우승을 못 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김보경에게 2016년은 축구 인생에서 기억될 한 해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뽑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이후 카디프 시절에 달성한 챔피언십(2부리그) 우승 외에는 우승 경험이 없는 김보경에게는 기분 좋은 경험이다.
기분만 좋은 경험이 아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 자격으로 세계 각 대륙을 대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비록 희망했던 준결승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기량이 여전히 전성기에 머물러 있음을 입증하며 만족할 결과를 얻었다.
김보경은 지난 11일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준준결승전을 비롯해 14일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프리카공화국)와 5-6위 결정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올해 정규리그 29경기에서 4골을 넣는데 그친 점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골이다.
김보경은 "우리 팀의 선수들 대부분이 기술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시립 스이타 사커 스타디움의) 그라운드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자신감이 생겼다"며 "로페즈와 레오나르도가 빠지면서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많이 신경을 썼다. 그래서 슈팅 기회가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활동량이 많아진 것도 인상적이었다. 주로 중앙에서 뛰는 김보경은 이날은 측면으로의 움직임도 많이 보였다. 이에 대해 김보경은 "정규리그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다른 선수와 겹치게 돼 주로 중앙에 있었다. 그러나 클럽 월드컵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신경을 썼다"고 답했다.
김보경의 활약 속에 전북은 마멜로디를 4-1로 대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기쁨이 크다. 그러나 그저 좋아할 수는 없다. 클럽 월드컵의 출전으로 휴식을 취할 시간은 물론 다음 시즌을 준비할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김보경은 개의치 않았다. 평소처럼 1달 정도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 긴 휴식보다 적당한 휴식이 필요하다. 감독님께서도 동계 훈련에서 몸을 바로 올리는 것보다 천천히 올리려고 하신다. 휴식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 대한 준비를 충실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김보경은 "올해 아쉬운 부분과 만족스런 부분 모두 많았다.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게 됐다. 올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보경은 구체적으로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못 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K리그 클래식 우승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또한 "내가 더 공격 포인트를 올린다면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