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롯데의 겨울은 요란하지 않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138억원(송승준, 윤길현, 손승락)을 투자해 시끌벅적한 겨울을 보낸 것과 비교했을 때는 조용하다. 그러나 현재 롯데의 오프시즌은 조용한 듯 하지만 실상은 조용하지 않다. 백조가 물 위에 떠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수면 아래에서 발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FA 시장 참전 안한 롯데, 황재균은 예외
롯데는 일찌감치 올해 FA시장에 참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어급들이 시장에 쏟아져나왔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단, 내부 FA인 내야수 황재균은 예외였다. 황재균은 붙잡겠다는 기조를 정해뒀다.
다만, 롯데의 움직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굼뜰 수밖에 없었다. 황재균이 시즌 후 미국으로 개인 훈련을 하러 떠났고 기간 중,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쇼케이스까지 펼쳤다. 오랜 기간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도전을 가시화시켰다. 롯데는 황재균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 황재균에 대한 미국 현지의 관심은 다소 냉랭하다. 결국 황재균을 둘러싼 국내 FA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롯데는 황재균을 기다렸던만큼 황재균의 행보를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황재균에 줄곧 관심을 내비쳤던 kt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어급 FA 시장에서 성과를 보지 못한 kt는 황재균에 대해 7~80억 수준의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과도한 베팅은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붙잡겠다는 가정이 성립하면 kt와의 머니싸움에서 밀릴 이유는 없다. 미국에서부터 황재균측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은 롯데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베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 이대호의 거취와 롯데의 반응
황재균과는 또 다른 성격의 FA, 이대호의 거취와 복귀도 롯데의 올 겨울 현안 중 하나다. 겨울만 되면 이대호의 거취 문제가 롯데의 오프시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한 시즌을 보낸 이대호는 현재 비시즌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애틀과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대호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국내 복귀라는 3가지 선택지를 두고 조심스럽게 내년 시즌 거취를 고민 중이다.
황재균과 마찬가지로 이대호 역시 롯데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더 긴 기다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국내 복귀가 가시화 될 경우 당연히 고향팀이자 친정팀인 롯데의 이름이 첫 번째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롯데는 이창원 전 대표이사 시절부터 이대호와 관계 회복에 노력을 해왔고,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하면서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이대호가 해외 무대로 나간 뒤 이대호의 거취와 롯데의 반응은 언제나 화두가 됐다. 올해는 좀 더 국내 복귀에 대한 설왕설래가 뜨겁게 오고가는 편이다. 롯데는 그동안 이대호의 상징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국내 복귀 시 무조건 데려올 것이라는 의지를 수 차례 내비친 바 있다.
▲ '2년 연속 8위+4년 연속 PS 실패' 롯데, 뒤늦은 연봉 협상 시작
롯데는 이창원 전 대표이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을 하면서, 김창락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했다. 구단의 수장이 바뀐 상황이기에 전체적인 업무 보고와 파악이 새롭게 시작된 상황이다. 롯데의 비시즌 행보가 더딘 이유도 대표이사의 교체와 연관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12월이 되면서 각 구단들은 연봉 협상에 돌입하는데, 롯데는 대표이사의 교체로 이 시기가 늦어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주부터 선수들을 만날 예정이다"고 전했다. 연봉협상이 늦어진만큼 연봉 협상 완료 시기도 늦어질 전망이다.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어떤 방침으로 구단이 연봉협상에 임하는 지가 관심사다. 지난 2014시즌이 끝난 뒤 터진 'CCTV 사건'으로 뒤숭숭한 구단 분위기를 겪은 뒤 롯데는 연봉 협상에서 선수들과 잡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비교적 훈풍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2년 연속 8위에 머무르면서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 반등에 실패했다. 특히 대대적인 투자 이후 받아든 성적표이기에 실망감은 배가 됐다.
결국 최근 성적이 연봉 협상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투영될 수 있다. 하지만 이정민, 문규현 등 시즌 내내 궂은일을 가리지 않았던 노장들과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 김문호, 김상호 등 두각을 나타낸 젊은 선수들까지, 연봉 인상의 당위성이 있는 선수들이 다분하다. 내년 이후 FA가 되는 손아섭의 '예비 FA 프리미엄'도 고려해야 한다. 김창락 신임 대표이사의 결단이 어느 쪽이 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