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1군 두 번째 시즌도 순탄치 않았다.
kt는 올 시즌 53승 89패 2무로 승률 3할7푼3리를 기록했다. 다행히 지난해 거뒀던 52승(91패 1무, 승률 0.364)을 뛰어 넘었지만 겨우 1승을 더했다. 2년 연속 최하위의 불명예였다. 리그 평균자책점(5.92), 팀 타율(0.276) 모두 최하위였다. 홈런도 116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각종 지표에서 kt의 무력함을 볼 수 있었다. 더 아쉬운 점은 초반의 상승세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kt는 4월까지만 해도 12승 13패로 리그 5위였다. 초반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3명이 부상, 부진으로 무너졌고 호투하던 필승조도 지쳤다. 기복을 보이더니 후반기 이후로는 완전 최하위로 처졌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선발에서 주권이 6승 8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희망을 남겼다. 넥센에서 이적한 라이언 피어밴드도 kt에서 2승 6패 평균자책점 4.16으로 좋았다. 하지만 그 외 뒤를 받쳐줄 선발이 없었다.
구원 쪽에선 고영표, 심재민, 김재윤 등 젊은 투수들이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초반 고영표, 중반 심재민이 중간 계투로 중심을 잡았다. 김재윤은 2년 차임에도 마무리 임무를 잘 해냈다. 그러나 젊은 투수들인 만큼 기복이 있었다. 투수 조장 홍성용도 2승 2패 1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6.02로 다소 아쉬웠다. 외인이 중심을 잡아 주지 못하면서 마운드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타선에선 유한준이 가세해 타율 3할3푼6리 14홈런 64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초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110경기 소화에 그쳤다. 이대형이 타율 3할2푼 37도루, 박경수가 타율 3할1푼3리 20홈런 80타점 등으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도 이 3명밖에 없었다. 중심 타자 김상현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임의탈퇴 됐다. 앤디 마르테는 부상으로 91경기(타율 0.265, 22홈런)를 뛰고 시즌을 접었다. 새 얼굴로 떠오른 전민수(타율 0.305)도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전민수, 이해창, 유민상 등의 발굴은 수확이었다.
▲ 2016시즌 최고의 경기-5월 27일 수원 넥센전 주권의 완봉승
kt 미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주권은 넥센 타선을 상대로 9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팀은 8-0으로 이겼고 주권은 데뷔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무엇보다 데뷔 첫 승을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장식한 건 KBO 역사상 처음이었다. kt 구단으로서도 첫 완봉승의 기록이었다. 박경수의 역전 만루포 등 극적인 경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주권의 완봉승은 단 1경기가 아닌 향후 10년 이상을 책임질 미래 에이스의 발견이었다.
▲ 2016시즌 최악의 경기-5월 5일 수원 NC전 어린이날의 악몽
야구장을 찾았던 kt의 어린이 팬들에게는 최악의 날이었다. kt는 창단 후 처음 어린이날 홈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수원만 오면 타자들이 불을 뿜은 NC였다. 선발 정대현은 1회부터 스리런포를 허용하는 등 2이닝 6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이어 이상화가 등판했지만 4이닝 4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윤근영도 2이닝 5실점(2자책)의 기록. 수비에서 실책 2개가 나왔다. 타자들은 7안타 2타점 2득점에 그쳤다. 1회부터 승패는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 MVP-박경수
박경수는 kt 이적 후 새 야구 인생을 쓰고 있다. 지난해 타율 2할8푼4리 22홈런 73타점을 기록하며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뗐다. 그리고 올해는 타율 3할1푼3리 20홈런 80타점으로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 번 뛰어넘었다. 목표로 했던 3할-20홈런-80타점을 이뤘다. 출루율 4할1푼2리, 장타율 0.522 역시 모두 커리어하이의 기록이었다. 유한준, 앤디 마르테 등 중심 타자들이 이탈했을 때 외롭게 클린업 트리오를 지켰다.
시즌 막판에는 우측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인해 1군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kt는 박경수가 선발에서 빠질 때면 무기력한 패배를 많이 당했다. 반면 경기에 나섰을 때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9월 10일 수원 KIA전에선 5-6으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역전 만루포를 날렸다. 친정 LG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치기도 했다.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 따르면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4.09로 팀 내 최고였다.
▲ WORST-외인 투수 3인방
kt는 요한 피노, 슈가 레이 마리몬, 트래비스 밴와트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KBO리그에서 통하지 않았다. kt는 올 시즌이 외국인 투수 3명을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외인들이 성적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투수들이 성장할 시간을 벌어줘야 했다. 그러나 피노는 초반 햄스트링 파열 부상에 시달렸다. 12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7.15의 초라한 성적으로 방출됐다.
마리몬은 초반 ‘승리의 요정’으로 불렸다. 다소 많은 실점을 해도 승리가 따라왔다. 12경기에서 6승 4패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나야 했다. 타선의 도움으로 버티기도 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밴와트는 끝까지 kt에 남았다. 성적은 28경기에서 6승 13패 평균자책점 5.95로 부진했다. KBO리그 재취업도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