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갑순이'가 또? 최약체 SBS 주말극도 살린 문영남 저력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12.13 17: 30

역시 문영남이다. 지상파 주말극 중에서는 가장 최약체라 불렸던 SBS까지 살려내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답답한 상황도 여럿 있고, 그래서 '욕하면서 본다'는 반응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 갑순이'는 매주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내며 사랑을 받고 있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우리 갑순이' 그리고 문영남 작가의 저력은 뭘까.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 연출 부성철)는 10년 사귄 갑순(김소은 분)과 갑돌(송재림 분) 커플의 집안을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춘들, 재혼 가정의 아픔, 황혼 이혼을 고민하는 중년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물론 초반에만 해도 '막장의 대가'라 불렸던 문영남 작가가 집필한다는 점만으로도 색안경를 끼고 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아니나다를까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는 갑순과 갑돌의 집안 이야기나 재혼한 재순(유선 분)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모습은 답답함 그 자체였다. 그렇다 보니 시청률적으로도 큰 탄력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갑순이가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청소 창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재순이 답답한 성격을 깨부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피력하는 여성으로 거듭나면서 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시청률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흥행 불패라 여겨지던 MBC 주말극까지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방송된 '우리 갑순이' 29회는 16.1%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이 같은 결과에는 문영남 작가가 풀어내는 전개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물론 캐릭터들이 이러저리 엮이고 출생의 비밀도 등판을 했지만, 이혼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부들의 각기 다른 상황들을 섬세하게, 또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 특히 내심(고두심 분)과 중년(장용 분)이 황혼 이혼을 앞두고 뒤늦게 쏟아낸 진심 고백이나 재순이 금식(최대철 분)과 화해하는 과정, 왕따를 당하는 아이를 위해 재순이 꺼내놓은 사이다 일침 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곧 뭉클한 감정까지 들게 했다.
파격적인 토요일 2회 편성 역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K팝스타6'를 편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침이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프로그램 모두 좋은 시청률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이 덕분에 '우리 갑순이'는 최근 10회 가량 연장을 결정,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많은 '우리 갑순이'가 문영남 작가의 필력, 배우들의 호연이 힘입어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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