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판도라', 어떤 행동이 옳은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 [인터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16 14: 35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는 원전 사고가 발생하고 국가도 손을 쓰지 못하는 재난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대피하는 ‘여장부’가 등장한다. 김남길이 연기한 재혁의 여자친구이자 발전소 홍보관 직원인 연주가 바로 그 주인공.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누구든 탐이 났을 당차고 매력적인 캐릭터다.
특히 김주현의 활약은 여배우 기근이라고 불리는 충무로에 더욱 의미 있는 일. 김영애, 문정희 등 대선배 앞에서도 밀리지 않는 당찬 신예의 ‘걸크러시’ 매력을 뽐내면서 업계 관계자들은 개봉 전부터 연기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원전을 홍보하던 연주는 자신이 목도한 진실을 망설임 없이 폭로하는 용기를 가졌다.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강인함, 그런 연주가 어떻게 탄생했나 보니 이를 연기한 김주현이라는 배우 자체가 참 단단한 사람이었다. 배우의 에너지가 캐릭터까지 고스란히 전해졌고, 연주는 크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관객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주현을 만나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김주현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기술시사 때 처음 봤는데, 아무래도 긴장되니까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보였던 것 같다. 그동안 영화 찍으면서 현장에서 고생 아닌 고생했던 것도 기억났다. 그렇게 다 함께 작업해서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냈던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다.
-연주는 참 당찬 여성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무조건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나.
▲우선 비중이 크고 적고, 캐릭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시나리오 자체가 하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연주는 신인이 연기하기엔 큰 부담감이 있는 역할이었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성격이 책임감이나 강인함이 저랑 닮은 것 같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어쩌면 재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연주라는 인물은 흔히 나타날 수 없는 영웅적 캐릭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 판타지적인 면모와 공감을 자아내는 인간적인 면모 사이에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연기에 임했나.
▲김남길 선배님이 연기한 재혁은 원전 안을 책임지고 저는 원전 밖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책임감을 느낀 캐릭터라는 점이 공통점인데, 연주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 같고 재혁은 사건을 통해 드러났던 것 같다. 사실 우리 영화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장르가 아니다. 너무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너무 영웅적이고 멋있어 보이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체에서 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만큼 개인적으로 해석하거나 과장해서 연기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원전이 폭발하면 안 되겠지만, 이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연주 같이 행동할 수 있을까.
▲제가 영화를 찍기도 했고, 요즘 나라에 문제가 있으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상황이 와봐야 아는 거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도 ‘어떤 행동이 옳은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당당함이 연주의 매력인 만큼 김영애, 문정희 같은 대선배 앞에서도 기죽지 않아 보여야 했다. 그들과의 호흡이 두렵거나 긴장되진 않았는가.
▲일단 너무 잘 챙겨주시고 편하게 해주셨던 것에 감사드린다. 제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셨다. 되바라진 거랑 당찬 건 다르다. 지켜야할 것은 지키고 그 안에서 캐릭터를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는 너무 좋은 선배님을 만났다.
-이번 영화를 찍고 원전이나 지진에 대해 더 많은 경각심을 갖고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저도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에 봤을 때 놀라고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안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최근에 지진 발생지역이 생기면서 시기가 맞물려서 개봉하게 됐다. 공부도 더 많이 하게 됐다.
-벌써 데뷔한지 10년차다.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한 지금, 앞으로의 선택과 행보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최근 가장 큰 고민이나 결정은 무엇이었는지.
▲사실 작품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배우로서 앞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것은 개인적인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우를 할 거면 저에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사실 크게 잘되는 것을 모르기도 하고, 잘 되는 걸 목표로 배우를 시작했던 건 아니다. 가장 힘든 건 연기를 못했을 때다. 누군가 알아봐주지 않아서 힘든 건 없다. 연기를 못해서 힘든 게 가장 힘들다. 작품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판도라’를 볼까말까 고민하는 예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점이 있나.
▲요즘에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많은 학생부터 어른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은데, 저희 영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는 영화다. 보시고 힘들 수도 있다. 지진이 발생지역도 있고, 현실과 닮은 부분 있지만 분명 해가 되는 영화는 아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느낀 게 많아서 그런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판도라’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
▲저에게는 선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 것 같다. 연기를 열심히 하고 싶고,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맡겨주셔서 선물처럼 고마움을 느꼈다.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해서도 많은 걸 느꼈다. 정말 좋으신 선배님들과 연기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고,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자세로 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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