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쁘게 흘러가던 다사다난 했던 2016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스타2 프로리그 폐지와 롤드컵 첫 3회 우승 등 떠들썩했던 화제가 끊이지 않았던 e스포츠 역시 이제 2017시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올 한 해 e스포츠 업계에서 가장 바빴던 사람을 꼽는다면 이 사람을 빼 놓을 수 없다. 소위 메이저 종목을 맡는 이의 경우 하나의 영역만 담당하는데 팔방미인 답게 LOL과 스타2 e스포츠에서 맹활약하면서 e스포츠의 팬들과 선수들의 연인 역할을 자처했다. 바로 우리에게는 '행갱'이라 불리는 이현경 아나운서.
OSEN은 KeSPA컵 4강과 결승을 앞뒀던 지난 달 18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엄에서 이현경 아나운서를 만나 정신없이 한 해를 보낸 소감과 그의 동향을 들어봤다. 수수한 차림에서도 특유의 털털함을 발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해를 보낸 소감을 묻자 그는 365일 내내 정신없었던 올 한 해에 대해 쾌활한 웃음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스타2가 메인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 해는 LOL 이라는 인기 종목을 하나 더 맡게 된 그는 1주일 내내 e스포츠 채널의 안방 마님이었다.
"살면서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것 같아요(웃음). 금요일 하루만 쉬고 일했어요. 금요일에도 리그 진행을 위한 나레이션 같은 스케줄이 생기면 일했죠.
일적으로는 제가 할 수 있는 종목이 하나 더 생겼는데 맡게 된 종목이 워낙 인기가 많았던 종목이라 부담감이 컸어요. 조금 경솔했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돌아보면 두 종목 모두 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시작 전에도 고민을 많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그런 고민 말이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깐 그런 고민할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더라고요. 돌아보면 제 자신을 몰아 붙이면서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냐'라고 의미를 두고 싶어요."
2014년 시작한 3년차 게임 채널 전문 아나운서인 그의 게임 실력은 얼마나 될까. 평소 공부하는 아나운서로 소문났던 이현경 아나운서도 LOL엔 자연스럽게 빠져들고 말았다. 본인 말로는 '혼 술' 하듯 홀로 AI전을 하거나 친한 지인들에게 묻혀가는 '언랭' 유저라고. 하지만 멀티포지션이 가능하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그의 캐리를 보고 싶다.
"프로들의 경기를 자꾸 옆에서 보니깐 자연스럽게 저도 게임을 하게 되더라고요. 주로 AI전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요. 정말 프로게이머들이 미니언 수급 하는 걸 보면 저도 '그래 나도 잘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은 해요. 결과는 너무 어렵지만요. 그래도 저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해요(웃음). 아 정글은 못하겠더라고요. 우리편 상황을 체크하면서 레벨링도 해야 하잖아요. 저는 전혀 안돼요. 게임할 때는 경기에서 봤던 인상적인 챔피언을 주로 해봐요. KeSPA컵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던 '페이커' 이상혁 선수의 갈리오 같은 경기를 보면 그날 밤은 꼭 아는 지인들과 게임을 즐기죠. 친한 동생들하고만 해서 유저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요."
LOL이 그를 정신없게 만들었다면 스타2는 그의 마음 한 켠을 아프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스타2는 지금의 이현경을 만들어준 발판 같은 역할을 했다. 출발 선상은 도타2 였지만 양대 메이저 종목 중 하나였던 스타2를 맡게 되면서 이름을 알렸고, 실제로 많은 프로게이머들과 팬들 사이에서 '워너비'로 통하게 됐다.
스타2 프로리그 폐지로 인해 프로게임단들도 연쇄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 대해 그는 도타2 리그가 없어지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아쉽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한 동안은 많이 힘들었죠. 마음도 많이 무거웠고요. 도타2로 시작했는데 1년 정도 하니깐 리그가 종결됐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사람과의 이별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슬픔이 굉장히 컸어요. 때마침 롤챔스도 끝난 시점이라 혼자 만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업계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더 힘든 것 같아요. 꼭 비유를 한다면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아마 저 보다 선수들이 더 힘들어 하고 있을 거 같아요."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자 뜬금없지만 지난 해 4월 인터뷰 당시에도 '남친'이 없던 그에게 지금도 없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선수 중 이상형을 물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이다. 희망하는 결혼 시점도 물었다.
"한창 소개팅이 들어오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바빠서 몇 번 거절했었죠. 그러니깐 이제 안들어와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말대로 해야 하는데 저는 물이 다 빠져나간거죠. 일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사적인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실력이 초보면 안되지만 마음은 아직 초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이상형이요? 이상형은 나이를 먹을 수록 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어릴 때는 굉장히 구체적이었는데 이제는 점점 제가 어떤 사람이 되야 한다는 생각만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딘가에는 제 짝이 있지 않을까요?"
"결혼이요? 10년 후에는 결혼하고 싶어요. 일적으로 목표를 장기적으로 세우는 편은 아니라 앞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있어요."
최근 운전면허를 취득했다는 그에게 오너드라이버 되는 거냐는 농담을 건네면서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인사말을 부탁했다.
"뜻 깊은 한 해 였어요. 약속하나는 꼭 드리고 싶어요. e스포츠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진심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말이나 행동도 생각이 없으면 잘 안되는거죠. 그래서 아마 연애도 지금 못하고 있는 것 같고요. 무슨 일을 하게 되건 제 마음을 담아서 진심으로 하겠습니다. 이 것 하나는 확실히 약속드리겠습니다." / scrapper@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