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판도라', VIP가 꼭 봐야할 영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2.13 09: 59

능력 없는 대통령(VIP)을 둔 나라는 불행하다. ‘판도라’는 대통령과 총리, 장관 등 정치인들의 무능함을 꼬집고 비판하며 반성의 목소리를 요구한다. 국민은 ‘1도 생각하지 않는’ 이들의 후안무치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은 남아있다고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다음날인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제7차 촛불 집회는 승리를 자축하는 즐거운 축제 분위기였다. 분명 국민들의 승리다. 그래도 지금까지 전해진 ‘최순실 게이트’의 참상은 대통령이 백번 천 번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정도로 참혹하다.
대통령 본인이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우리나라 전체가 농락당한 꼴이다. 그녀의 허튼짓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날까지 나라가 암흑기를 보내게 됐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거짓말한 청와대 사람들 모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무너진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민의 뜻을 모으는 것이 앞으로 정치권의 할 일이다.

이 같은 시국에 국내 최초 원전 사고를 다룬 ‘판도라’가 남긴 메시지는 큰 울림을 남긴다. 온갖 악이 쏟아졌으나 희망은 그대로 남았다고. 각본과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우리 영화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한반도를 강타한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원자력 폭발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초유의 재난 속에서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을 그린다. 최순실이 국민들에게 원전사고 급 혼란과 충격을 안겼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대한민국 전체가 붕괴되기 일촉즉발의 상황에 빠졌음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총리, 장관 등 컨트롤 타워는 사태를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사람은 평범한 국민들이다. 발전소 소장 평섭(정진영 분)과 인부 재혁(김남길 분) 등 동료들이 목숨 건 사투를 시작한다.
4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친 연출진은 원전과 관련된 전문 서적은 물론 소설과 TV 다큐멘터리 등 전방위적인 자료조사를 펼쳤다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복잡한 내부를 살펴보기 위해 필리핀으로 건너가 관광지로 개발된 바탄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했고, 발전소의 내부 시스템을 상세히 관찰했다고. 현실적인 원자력 발전소 구축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리얼리티가 한층 돋보인다.
제작진의 각고의 노력과 수준 높은 CG작업을 통해 탄생된 영상미는 영화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원전사고 못지않게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정치를 보여준 VIP가 ‘판도라’를 통해 반성의 시간을 갖길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purplish@osen.co.kr
[사진] '판도라' 스틸 이미지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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