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은퇴’ 선언한 이승엽, 그의 마지막 바람은?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2.13 05: 50

‘국민타자’ 이승엽(40, 삼성)이 내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승엽은 12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개최된 ‘2016 휘슬러 코리아 일구상 시상식’에서 현역선수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야구계 선배들이 직접 투표에 참여해 뽑는 상이라 이승엽에게 의미가 컸다. 
시상대에 선 이승엽은 “상을 주신 야구 대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현역 선수 최초로 받은 만큼 의미를 두고 싶다. 올해 성적만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겠다. 어렸을 때부터 최선을 다한 모습에 선배님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남은 1년 동안 후회를 남기지 않고 원없이 야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다음 시즌을 끝으로 22년의 현역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그는 “은퇴번복은 없다. 내년까지는 자신이 있지만, 언젠가 기량은 떨어질 것이다. 좋은 모습으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승엽이 야구를 참 잘했구나’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 내가 빠져야 어린 선수들에게도 성장계기가 될 수 있다. 너무 오래했다. (은퇴하기에) 적당한 시기다. 2년 계약을 맺을 때 구단에 먼저 은퇴 이야기를 했다. 종용받은 것은 없다”며 은퇴를 재차 확인했다. 
마지막 시즌에 임하는 이승엽의 목표는 뭘까. 그는 “홈런 개수 등 개인목표는 없다. 내년에 42살이지만, 어린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팬들이 이승엽하면 홈런이라고 인식하신다. '이승엽=1루 수비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홈런타자보다 야구 잘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감독님이 1루를 외국선수에게 맡기겠다고 하셨다. ‘절 못 믿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직 시간이 있다. 수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겠다. 개막전에 1루수로 나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는 지난 2014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은퇴를 예고한 지터가 원정경기를 갈 때마다 팬들이 환호하며 큰 감동을 자아냈다. 플로리다 말린스는 낚시를 좋아하는 지터를 위해 낚시대를 선물하기도. 이승엽의 은퇴예고로 한국에서도 이런 감동적인 장면이 나오게 됐다. 이승엽이 해당 구단에 마지막 원정경기를 갈 경우, 국민타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구름관중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아직 마지막 원정경기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관중들이 박수를 쳐주시는 걸로 만족한다. 경기가 끝나면 인사를 드리겠다”며 팬들에게 감사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선택한 이승엽은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이승엽은 “(차)우찬이가 남아서 선배에게 노인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 아직 (차우찬이 남을) 실낱 희망이 있지 않느냐”고 말해 취재진을 웃겼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뛴 8년을 빼면 나머지는 삼성에서만 뛰었다. 태어난 곳도 대구다. 대구를  벗어나본 적이 없다. 마음속 고향인 대구를 떠날 생각이 없다. 영원히 삼성맨으로 남고 싶다”며 끝까지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꿈을 꿨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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