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민 “극단시절, 이정길 선배 말 한마디에 감동”[인터뷰②]
OSEN 김성현 기자
발행 2016.12.15 09: 05

[OSEN=김성현 인턴기자] 오랜 시절 극단생활을 한 배우 박철민에게 극단 이야기를 담은 영화 ‘커튼콜’은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2~3억 정도의 적은 제작비로 촬영했기 때문에 18회차, 20회차에 모든 것을 다 담아야 했다. 도시락과 김밥을 먹으며 촬영했고, 촬영 장소도 열악했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은 최선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도 어려운 극단 실생활이 여기저기 녹아있다. 열 명이 넘는 극단 식구들의 식비로 1만8000원이 나오자 모두가 너무 많이 나온 것 같다며 놀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철민은 “대부분의 배우, 스태프들이 거쳐 온 과정이다. ‘루저’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김밥하나 시켜먹는 걸로 갈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극단생활을 담은 작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박철민의 극단생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박철민은 그 당시 “오늘은 어떤 선배가 밥과 술을 사줄까?”라고 선배들을 찾는 것이 주된 업무 였다. 배우 정인기와 함께 ‘모없나’ 클럽을 만들 정도. 극단 선배가 사줬던 삼겹살과 소주가 가장 맛있었다고 추억했다.

당시 박철민은 객원 멤버로 ‘주머니 속의 돌’이라는 작품에 섰다. 회식자리에서 만난 선배 배우 이정길은 박철민에게 연속으로 소주 3잔을 주며 “너는 임마 무대에서 향기가 나”라고 말했다. 이에 박철민은 “너무나 행복해서 죽고 싶었다. (이정길 선배는)청춘시절 때는 주인공만 하셨던 분이었다. 그런 선배가 '무대에서 향기가 나 '하시는데...”라며 감격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나에게 이런 용기와 힘을 준 사람이 없었다. ‘죽어도 그만두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전에는 (배우가 된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선배가 내게 이런 말을 할 정도면 내가 뭔가 매력이 있고 생각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철민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들었던 말을 똑같이 해준다고.
박철민은 올해 7월 엄청난 제작비로 화제를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출연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작은 영화로 돌아온 그는 “지금 아찔하다. ‘인천상륙작전’을 할 때는 짜릿했다. (그 당시에는)작은 영화로 기사가 나오면 큰 영화가 돈이 많이 들었으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큰 영화가)다 먹지 마라'라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커튼콜'은 경제적인 불황으로 문 닫기 일보 직전 위기에 놓인 삼류 에로극단 민기(장현성 분)의 마지막 무대를 그렸다. 장현성은 연출자 민기로, 박철민은 프로듀서 철구로 분한다. 지난 8일 개봉해 현재 절찬 상영 중이다./ coz306@osen.co.kr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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