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무릎 수술 후 재활 순조롭게 진행
"마지막일지 모를 WBC, 무조건 참가한다"
"WBC, 무조건 간다".
한화 내야수 정근우(34)는 지난달 22일 일본에서 왼쪽 무릎을 수술했다. 무릎 관절 안쪽 반월판 연골이 손상됐고,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내시경 절제술을 받은 것이다. 올 시즌 후반부터 정근우는 무릎 통증을 안고 뛰었고, 수비와 주루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수술 후 재활에는 2~3개월가량 걸린다.
정근우의 수술 소식은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여부와 맞물려 관심을 모았다. 정상적으로 재활이 잘되면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준비할 수 있지만, 일각에선 '그동안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공헌해온 정근우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다행히 수술 후 20일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경과가 좋다. 최근에도 대전 홈구장에서 재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근우는 "이제 통증도 없고, 재활이 잘되고 있다. 걸어 다니는 건 문제없고, 다음 주부터 러닝도 할 것이다. 프로 들어와서 처음 수술을 받았지만, 고교 시절 팔꿈치도 수술한 적이 있다"며 재활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내년 시즌은 정근우 개인적으로 중요한 해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려 7개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만큼 WBC에 그가 불참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할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정근우는 "무조건 WBC에 나갈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진심이다. FA도 중요하지만 대표팀과 FA 둘 다 잘하면 되는 것 아닌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어쩌면 이번 WBC가 태극마크를 달고 뛸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나이로 볼 때도 (김)태균이나 (이)대호, (추)신수 등 동기들과 함께할 마지막 대표팀일 것이다"며 "WBC 이후 국제대회는 내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를 생각하면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마지막이 될 WBC에는 어떻게든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1982년생 김태균·이대호·추신수와는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함께 참가한 바 있다.
오승환·이용찬 그리고 김광현·강정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사건사고로 WBC 참가 여부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인식 WBC 감독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근우마저 수술을 받고 불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정근우는 "김인식 감독님께도 직접 전화를 드렸다. 재활이 잘되고 있고, WBC 일정에 맞추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시지 말라고 했다"고 안심시켰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A급 정예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정근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베이징 올림픽 본선,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년 WBC, 2015년 프리미어12까지 무려 7개 국제대회에서 40경기 타율 3할3푼1리 47안타 2홈런 20타점 37득점 10도루를 기록했다. 사사구 16개 포함 출루율 3할9푼9리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 WBC 준우승, 프리미어12 우승 등 한국야구 영광의 순간에 늘 자리를 지켰다.
정근우는 "벌써 8번째 대표팀인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처음 나가 긴장했던 게 엊그제 같다. 그때 (동메달) 참사를 겪어 힘들었지만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는 다 도움이 된 것 같다.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확실히 사명감이 느껴진다. 놀러가는 게 아니다. 이번에도 준비 잘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