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은 전 세계 클럽 축구의 축제다. 전 세계 각 대륙을 대표하는 클럽들의 경쟁전인 만큼 대결도 치열하고 그에 대한 관심도 엄청 뜨겁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는 클럽 직원들의 세계는 축제가 아니다. 차질 없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잠도 자지 못하고 있다.
전북 현대가 10년 만에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다. 지난 2006년 클럽 월드컵에 나섰던 전북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10년 만에 나섰다. 10년의 세월이 짧지 않은 만큼 클럽 월드컵은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대회 규모가 매우 커졌고, 상금도 크게 늘어났다. 무엇보다 클럽 월드컵을 준비하는 각 대륙 챔피언들의 준비 자세가 매우 달라졌다.
대회가 변한 만큼 규정도 까다로워졌다. 전 세계의 축구 축제인 대표팀의 월드컵 만큼 세밀하고 제한 사항이 많다. 전북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수단이 국내 클럽 하우스에서 준비를 하는 동안 전북 직원들은 FIFA와 연락을 취해 각종 규정들을 숙지했다.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준비에 있어서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유니폼과 훈련복이다. FIFA는 유니폼에 새겨진 메인 스폰서와 유니폼의 스폰서 등 노출에 대한 제한이 심하다. 유니폼 중앙에 들어가는 스폰서 명칭의 크기와 위치, 갯수 등에 모두 관여한다. 이 때문에 클럽 월드컵에 출전하는 클럽은 시즌 중에 입었던 유니폼을 입지 못하고 새롭게 제작해야 한다. 지난달 26일에서야 출전이 확정된 전북은 빠르게 대응해 2주도 안 되는 사이 FIFA 규정에 부합하는 유니폼을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았다. 훈련복에서 문제가 생겼다. 훈련복에 새겨진 스폰서 때문이다. 평소 훈련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공식 경기 직전에 앞서 워밍업 때 방송 등에 노출이 되는 만큼 FIFA에서 문제를 삼았다. 당초 전북은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사전에 FIFA에 여러 문의를 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FIFA는 훈련복에 대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야 훈련복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항의는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규정인 만큼 지켜야 했다. 사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넌지시 말한 FIFA가 야속했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했다. 다만 경기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새롭게 제작하는 어려웠다. 결국 클럽 축구의 축제라는 클럽 월드컵을 즐기려고 했던 전북 직원들은 결국 팔을 걷어붙여야 했다.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 직후 FIFA와 수 시간에 걸친 미팅으로 녹초가 된 전북 직원들은 쉴 틈도 없이 선수들의 훈련복 등 의류를 모아 작업에 나섰다. FIFA가 문제를 삼은 광고 노출을 가리기 위해 일일이 테이프로 가렸다.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컨디션 관리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직접 할 수는 없었다. 오사카에 파견된 전북의 일부 직원들은 잠도 줄여가며 작업을 한 끝에 대회 참가에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형일의 훈련복에 검정 테이프가 붙어 있다 /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