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분석] ‘승자와 패자’ KBO 오프시즌 중간 성적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2.11 05: 59

2016년 KBO 오프시즌이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작이 개막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총 15명의 대상자 중 행보가 결정되지 않은 선수만 10일 현재 8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형우(KIA), 김광현(SK), 나지완(KIA), 우규민(LG), 김재호(두산), 이원석(삼성) 등 몇몇 FA 선수들의 내년 소속팀은 결정됐다. 이제 남은 대어들인 양현종 차우찬의 행선지도 조만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음 주부터는 FA 시장의 2막이 열릴 전망이다. 대어들이 터를 잡으면 나머지 선수들의 행선지 윤곽은 비교적 빠르게 결정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도 하나둘씩 결정되고 있다. 이미 넥센, KIA, LG는 내년 외국인 선수 인선을 모두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MLB) 윈터미팅도 끝나 각 구단의 남은 자리도 속속 채워질 전망이다. 이처럼 반환점을 돌고 있는 상황에서 현 시점까지의 FA 시장을 승자와 패자로 구분해봤다. 다만 모든 것은 지금까지의 성적표다.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성적표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다.

A - 두산
두산은 내부 FA 최대어였던 김재호와 4년 50억 원에 계약했다. 이원석이 삼성으로 떠났지만 팀 내 입지가 굳건한 선수는 아니였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 이원석의 보상선수로는 포수 이흥련을 지명했다. 사실상 ‘21번째 선수’를 선택한 것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현승이 FA 미계약자로 남아있지만 타 팀의 입질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결국은 적당한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닉 에반스는 저렴한 가격인 68만 달러에 계약했다. 나머지 두 외국인 선수(니퍼트, 보우덴)도 결국 눌러 앉힐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우승 팀은 뭘 해도 잘 풀린다.
B - 넥센, SK
넥센은 FA 배출이 없었다. 이탈도 없고, 보강도 없는 흐름이 확실시된다. 반면 외국인 선수 쪽에서는 약간의 보강 효과가 기대된다. 앤디 밴헤켄과 대니 돈은 재계약했고, 스캇 맥그레거보다는 더 나은 경력의 션 오설리반을 데려왔다. 오설리반은 넥센 외국인 역사상 가장 비싼 몸값(110만 달러)의 선수다. 여기에 방출 시장에서는 팀에 부족했던 우타 요원인 김태완을 영입해 기대감을 높였다. 적어도 전력 손실은 없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SK는 승자가 될 수도 있었던 팀이다. 그러나 에이스 김광현의 팔꿈치 수술이 성적을 끌어내렸다. SK와 4년 보장 85억 원에 계약을 한 김광현은 팔꿈치 내측측부인대(MCL) 손상으로 조만간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2017년 시즌은 아웃이다. 이는 구단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상황. 메릴 켈리와 재계약했고 대니 워스를 영입해 내야 수비를 보강했지만 김광현의 공백이 너무 커 보인다. 다만 SK는 지난해 켈리의 짝이 팀 성적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라라는 오히려 마이너스였다. 외국인 투수 하나를 잘 뽑으면 균형에 좀 더 가까워질 수는 있다. 반대라면 평점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C - NC, 롯데, 한화
NC는 오프시즌 행보가 더디다. 특히 외국인이 그렇다. 팀 타선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에릭 테임즈가 밀워키와 3년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했다. 이 공백을 메울 만한 외국인 타자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나머지 두 외국인 선수도 미정이다. 외국인을 잘 뽑았던 NC 프런트의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나지 않은 것은 사실. 최근 몇 년간 FA 시장을 분주히 누볐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아직은 전력 보강 요소가 없다.
롯데도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내부 FA 황재균은 MLB 도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조시 린드블럼은 딸의 병환으로 재계약을 스스로 포기했다. 물론 파커 마켈은 기대가 되는 자원이다. 그러나 경력만 따지면 확실한 믿음을 주기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미정이고, FA 보강도 미지수다. 설사 황재균이 팀을 떠나기라도 한다면 이번 시장에서 씁쓸한 패전을 기록할 수도 있다.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지난 3년간 FA와 외국인 시장의 최대 큰 손이었던 한화는 일찌감치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육성을 기조로 삼는다는 생각이다. FA 보강은 물 건너갔고, 아직 외국인 투수 두 자리도 미정이다. 윌린 로사리오를 눌러 앉히기는 했지만 팀의 약점이 마운드라는 점에서 오히려 외국인 투수들이 더 중요하다. 얼마나 좋은 외국인을 뽑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표가 결정될 전망이다.
D - kt
kt는 가장 답답한 흐름이다. 김진욱 감독의 취임 이후 화끈한 전력 보강을 예고해 FA 시장의 태풍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더 그렇다. 아직 외부 FA는 한 명도 영입하지 못했고, 외국인 시장에서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빅네임’은 없었다. 이름값이 성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 보유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소간 불안한 행보이기는 하다. 다만 아직 시장에 FA 선수들이 남아있는 만큼 역전 홈런을 칠 가능성은 남아있다.
? - LG, KIA, 삼성
LG는 올해 뛰었던 외국인 선수 세 명과 일사천리로 재계약을 마쳤다. 데이비드 허프를 붙잡은 것은 최고의 수확이었다. 외국인 전력에서 올해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불확실성은 제거했다. 다만 FA 시장이 변수다. 믿을 만한 선발 투수인 우규민을 잃었다. 선발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성훈 봉중근과의 계약도 아직이다. 회심의 카드는 아직 시장에 남아 있는 차우찬이다. 돈이 문제이기는 하겠으나 차우찬을 잡은 뒤 남은 FA와도 순차적으로 손을 잡는다면 전력상 손해는 없는 오프시즌이 된다.
KIA도 마찬가지다. 외국인 세 명과 모두 계약했고, 헥터 노에시를 잔류시킨 것도 큰 성과였다. 팻 딘도 기대되는 자원. 여기에 나지완을 잔류시켰고, 결정적으로 FA 최대어 중 하나였던 최형우에게 4년 10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액을 안겨주며 타선 보강은 확실하게 이뤄냈다. 그러나 에이스 양현종의 거취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양현종이 나간다면 최형우의 보강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된다. 반면 양현종을 잡는다면 올해 오프시즌의 최고 우등생이 될 수 있다. 김기태 감독 3년차를 맞아 A+의 성적표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은 최형우를 놓친 대신 이원석과 우규민을 데려왔다. 이원석은 내야 포지션 정리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다.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우규민은 선발로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낼 수 있는 자원이다. 하지만 최형우의 공백은 쉽게 메우기 어렵다. 외국인 타자 선발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마지막 변수는 LG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차우찬이다. 차우찬까지 잡으면 나름대로 선방한 오프시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차우찬을 놓치면 최형우-차우찬의 이탈 자체로 패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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