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순간, 잇따라 오심이 쏟아지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7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이정현의 버저비터로 고양 오리온을 101-99로 물리쳤다.
문제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경기종료 3.5초를 남기고 99-99 상황에서 KGC가 공격했다. 공을 잡은 이정현은 잔발스텝을 여러 번 밟은 뒤 결승 점프슛을 넣었다. 부저와 함께 골인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종료했다.
현장에서 이 장면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느린 화면을 보면 이정현이 여러 번 스텝을 밟는 장면이 또렷하게 나온다. 시청자들도 아는 장면을 현장에서 모르고 지나갔다. 이후 늦게 상황파악이 됐지만 오리온 구단은 “어쩔 수 없다”며 넘어갔다.
KBL은 다음 날에야 진상을 파악했고, 이정현의 플레이를 트래블링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렇다고 승패가 뒤바뀌지는 않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정현은 “트래블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내가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 운이 좋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비슷한 오심은 또 있었다. 지난 11월 26일 오리온 대 LG전에서도 승부처 결정적 트래블링이 나왔지만 심판이 잡지 못했다. 종료 6초를 남기고 헤인즈가 돌파를 시도하는 상황. 헤인즈는 오른발을 축으로 삼고 피벗을 했다. 그렇다면 드리블을 먼저 친 뒤 오른발을 떼야만 트래블링에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헤인즈는 명백하게 오른발을 먼저 뗀 뒤 드리블 했다. 심판은 코앞에 있었지만 헤인즈의 발을 보지 못했다.
돌파 후 파울을 얻은 헤인즈가 자유투 2구를 모두 넣었다. 결국 91-89로 오리온이 이겼다. 헤인즈에게 제대로 트래블링이 선언됐다면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KBL 경기규칙 ‘이의제기 및 재정신청’ 규정에 따르면 “경기 중 심판의 결정이 한 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경우 경기종료 후 20분 이내에 주장이 이의제기 사실을 알리고 경기, 기술위원회에 재정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을 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어수선한 현장에서 20분 내에 진상을 파악해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오심을 발견하기 더욱 어렵다. 설령 나중에 오심이 나오더라도 20분이 지난 후에는 이의제기 자체를 할 수가 없는 구조다.
현장에서 심판의 자질을 탓하는 목소리가 크다. A 감독은 “심판이 기본적인 트래블링을 못 잡는 것이 말이 되느냐. 다만 특정 팀에 유리한 것이 아니라 심판의 능력이 부족해 벌어진 일이기에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B 감독은 “승패가 결정되는 클러치타임이라면 어차피 남은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 심판이 선수들의 발을 유심히 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KBL은 FIBA룰을 도입하며 트래블링 기준 또한 국제룰에 맞춰 엄격하게 불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 경기서 한 선수가 5개의 트래블링을 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를 못 잡아내 승패가 뒤집히는 경기를 만들고 말았다. KBL 관계자는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올 시즌 KBL은 보다 정확한 판독을 위해 비디오판독을 강화했다. 현장에서 느린 화면만 쳐다보는 감독관이 따로 있다. 그런데 시청자도 금방 잡아낸 오심을 현장에서 잡지 못했다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