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경쟁이 치열하다. 김재호(두산), 김하성(넥센), 오지환(LG)의 3파전 양상인데 세 선수 모두 수상자로 선정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다.
수비력만을 놓고 선정하는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와 달리 KBO리그의 골든글러브는 그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를 뽑는 성격이 짙다.
공격적인 기록을 보면, 김하성은 144경기 타율 0.281 148안타 20홈런 84타점 82득점 28도루, 김재호는 137경기 타율 0.310 129안타 7홈런 78타점 69득점 8도루, 오지환은 121경기 타율 0.280 110안타 20홈런 78타점 73득점 17도루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수상을 노리는 김재호는 타율이 3명 중 가장 높다. 오지환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둔 유격수로는 처음으로 20홈런을 기록했다. 프로 3년차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장타력과 함께 기민한 주루 플레이까지 갖췄다.
수비적인 기록을 보면 실책 수는 김하성(21개), 오지환(17개), 김재호(10개) 순서로 많다. 수비율은 실책에 반비례하며 김재호(0.984), 오지환(0.970), 김하성(0.964) 순서로 좋았다. 김하성과 오지환의 실책 숫자는 넓은 수비 범위로 인한 숫자도 있다.
수비에선 김재호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수비 능력만 놓고 본다면 김재호가 최고 유격수라고 하겠지만, 공수 종합적인 면을 따지는 골든글러브라면 다르다.
경기 수에서 김하성은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했다. 전 경기에 출장한 김하성은 599타석을 소화했다. KBO리그 한 시즌 유격수 최다 경기, 최다 타석이다. 체력 부담이 많은 유격수로서 쉽지 않은 기록이다. 슬럼프가 있었지만 쉴 수 없는 처지에서 경기에 빠질 수 없었다.
또 유격수 수비로 무려 1203이닝을 뛰었다. 역대 한 시즌 유격수 수비이닝 최다였다. 김재호(1065이닝), 오지환(990이닝)보다 훨씬 더 많다. 그만큼 팀에 가장 값진 선수였다.
오지환의 올 시즌 커리어 하이로 뛰어난 시즌을 보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장 경기 수는 121경기로 적다. 뛰어난 성적이라는 의미에는 부상없이 많은 경기에 뛰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김재호는 타율이 3할대로 높은 것을 제외하면 다른 공격 지표에서 김하성, 오지환을 넘어서지 못한다.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는 따로 언급하지 않고자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체마다 제각각이고, KBO리그를 평가한 WAR은 공격과 수비, 주루 등을 완벽하게 표현한 수치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지명도에서 밀려(혹은 우승 프리미엄이 없어서) 수상에 실패했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은 시즌 후반 "지난해 김하성이 신인상을 못 받은 것보다 골든글러브를 타지 못한 것이 더 아쉬웠다. 20홈런-20도루 기록을 세우면 올해는 수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골든글러브 투표는 9일 마감됐다. 염 감독의 기대대로 올해는 유격수 골든글러브로 김하성이 가장 수상 자격이 있어 보인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