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외인들의 몸값 축소발표 의혹
옵션·인센티브 제외, 고액 투자 부담
외국인 선수 몸값 축소 발표 의혹이 다시 한 번 일었다. 매년 거물급 선수가 계약할 때마다 이 같은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한화는 지난 8일 강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총액 1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이튿날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헤이먼 기자가 '로사리오는 한화와 250만 달러에 계약하며 팀에 남았다'고 전했다. 한화 구단에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발표된 금액에 추가 옵션과 인센티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외국인 선수 축소 발표 의혹은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2011년 LG 레다메스 리즈, 두산 더스틴 니퍼트처럼 특급 선수들이 KBO리그에 입성할 때부터 100만 달러 이상이라는 뒷돈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당시 KBO는 외인 선수 몸값 30만 달러의 상한선을 두고 있었다.
구체적인 몸값 의혹은 2012년 1월 삼성 저스틴 저마노가 시작이었다. 당시 저마노는 삼성과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했다. 보스턴 지역언론은 '저마노가 삼성의 100만 달러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뒤로 실제 몸값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12년 12월에는 한화와 30만 달러에 계약한 대나 이브랜드의 몸값이 논란으로 떠올랐다. 당시 볼티모어 지역 언론에서 이브랜드가 보장 금액 67만5000달러, 인센티브 22만5000달러를 더해 최대 9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당시에도 30만 달러 규정이 있었지만 실제는 3배 이상이었다.
결국 몸값 상한선 30만 달러 제도는 2014년 1월 이사회를 통해 폐지됐다. 명목상인 다운계약서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축소 발표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2월 삼성은 야마이코 나바로와 8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ESPN이 135만 달러라고 전해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2015년 8월 한화와 70만 달러에 계약한 에스밀 로저스도 의혹을 받았다. 계약 이튿날 헤이먼 기자가 100만 달러 계약 소식을 알렸다. 한화는 이데 대해 부인하며 곤혹스러워했다.
이처럼 매년 외인 몸값 축소 발표 논란이 일어나는 건 구단들이 고액 투자에 대한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역풍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몸값이 공개되면 전체 시장 가격이 치솟게 되어있다. 과거 30만 달러 상한선을 명목상으로 둔 것도 최소한의 몸값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부분 구단들이 외인 계약시 옵션이나 인센티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식 발표되는 금액은 최소 보장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옵션과 인센티브 외에도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는 메이저리그 구단에 이적료까지 지불해야 해 실질적인 투자비용은 드러난 것 이상이다. KBO리그의 시장가격 상승으로 해외 구단들도 선수 팔기 장사를 하고 있는 결과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KBO리그에 오는 건 좋은 볼거리지만, 투명하지 못한 시장은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외인 의존도가 높고, 선수층이 얕은 KBO리그의 구조상 한계이기도 하다. /waw@osen.co.kr
[사진] 저마노-이브랜드-나바로-로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