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골든글러브 투표가 9일로 모두 끝났다. 수상자의 윤곽이 상당 부분 드러난 포지션도 있지만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포지션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객관적인 숫자를 봐도 막상막하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골든글러브 판도에서 무난한 수상이 예상되는 선수로는 더스틴 니퍼트(두산·투수), 양의지(두산·포수),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1루수), 최형우(KIA·외야수), 김태균(한화·지명타자) 정도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황금장갑은 예약 상태다. 3루에 약간 고민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올해 건강하게 뛰며 홈런왕을 차지한 최정(SK)이 한발자국 앞서 있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하지만 흔히 ‘키스톤 콤비’로 불리는 2루수와 유격수는 근소한 차이라 수상자를 예상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2루는 정근우(한화) 박민우(NC) 서건창(넥센) 박경수(kt)가 경쟁 중이고, 유격수는 오지환(LG) 김하성(넥센) 김재호(두산)가 양보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두 포지션 모두 승자는 딱 1명이라는 점에서 오차범위 박빙 승부라는 평가다.
▲ ‘거인들의 키재기’ 2루, 혼전에 혼전
2루수 부문은 시즌 중반부터 “누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할까”는 물음이 끊이지 않았을 정도로 후보들이 박빙의 기록을 냈다. ‘스포츠투아이’ 집계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도 박경수(4.09), 정근우(4.06), 서건창(3.96), 박민우(3.96)가 초박빙 승부로 유의미한 차별을 두기는 어렵다. 각자 장점을 보이고 있는 부분들이 뚜렷해 투표인단이 어느 기록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투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른바 ‘클래식 스탯’의 대표격인 타율과 출루율은 박민우가 1위다. 박민우는 타율 3할4푼3리, 출루율 4할2푼을 기록했다. 다만 3홈런-55타점은 정근우(18홈런-88타점), 박경수(20홈런-80타점)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고민이다. 20개의 도루도 서건창(26개), 정근우(22개)보다 적다.
장타를 비롯한 순수한 방망이만 본다면 오히려 박경수가 가장 빛난다. 장타율(.522)은 압도적 1위고 20개의 홈런도 4명의 선수 중 가장 많다. 타율과 출루율도 수준급 성적을 낸 박경수는 OPS(출루율+장타율)는 0.934로 4명 중 유일하게 0.900을 넘는다. RC/27에서도 8.42로 역시 2루수 부문 1위다. 다만 수비 이닝(888이닝)이 정근우(1170⅔이닝), 서건창(1125⅓이닝)보다 크게 적다는 점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280이닝이면 30경기 남짓한 숫자다.
때문에 2루수 소화 이닝도 많고 전 지표에서 고른 성적을 낸 정근우와 서건창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정근우(2루수 138경기)는 타율 3할1푼, 178안타, 18홈런, 88타점, 121득점, 22도루를 기록했다. 서건창(2루수 133경기) 또한 타율 3할2푼5리, 182안타, 7홈런, 63타점, 111득점, 26도루로 균형 잡힌 성적을 냈다. 수비율은 네 선수 모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 ‘3파전’ 유격수, 서울의 주인은 누구?
2루수만큼이나 머리가 아픈 포지션이 유격수다. 오지환 김하성 김재호가 역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역시 각자가 내세우는 장점이 하나씩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인상’ 측면에서도 서로의 무기들이 있어 승리자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은 포지션이다. 통계들도 이례적으로 엇갈린다. ‘스포츠투아이’ WAR에서는 오지환(4.58), 김재호(3.61), 김하성(2.48) 순이지만,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 WAR에서는 오지환(4.16), 김하성(3.81), 김재호(3.24) 순으로 사뭇 다르다.
어찌됐건 오지환이 개인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는 지배적이다. 오지환은 올해 121경기에서 타율 2할8푼, 20홈런, 78타점, OPS 0.881의 성적을 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0홈런을 친 것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런 오지환의 RC/27은 6.99로 유격수 부문 1위다. 김재호(6.53)과 김하성(6.08)을 앞선다. 공격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성적을 낸 것이 확실하다.
김하성도 첫 수상을 노리기는 마찬가지다. 김하성은 올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했다는 것이 엄청난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전한 와중에서도 타율은 2할8푼1리로 끝냈고 20홈런-28도루를 기록하며 ‘20-20 클럽’에 가입했다는 것 투표인단에 호소하기 좋은 기록이다. 수비 이닝(1203이닝)은 김재호(1065이닝), 오지환(990이닝)보다 훨씬 더 많다. 성실하면서도 좋은 공격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공·수에 균형이 잡혀 있다.
지난해 수상자인 김재호는 2연패를 노린다. 김재호는 올해 137경기에서 타율 3할1푼, 7홈런, 78타점을 기록했다. 오지환 김하성과 같은 일발장타력이 없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경향이 있지만 RC/27, wRC+ 등 지표에서는 오히려 오지환과 김하성 사이에 있다. 방망이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의미. 또한 수비율과 레인지 팩터([자살+보살]/9이닝) 등 수비 지표에서는 적잖은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김재호 0.984-5.21, 오지환 0.970-4.96, 김하성 0.964-4.25). RAA(평균대비 수비 득점 기여) 등에서도 적어도 올해는 김재호의 완승이다.
물론 숫자가 수비수의 능력을 모두 말하는 것은 아니고 오지환의 수비력이 숫자로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유격수=수비 우선’라는 관념을 가진 투표인단이라면 만지작거릴 만한 후보다. 세 선수 모두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내 포스트시즌에 갔다. 마지막까지의 잔상도 비교적 균일하다는 점 또한 올해 승자를 예상하기 어려운 하나의 이유로 뽑힌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