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지난 시즌부터 야심차게 도입한 외국선수 장단신제가 본래 취지를 잃는 모양새다.
울산 모비스는 9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2라운드서 고양 오리온을 81-74로 물리쳤다. 3연승을 달린 모비스(8승 9패)는 양동근과 이종현의 장기부상에도 불구 6위로 선전하고 있다. 2연패를 당한 오리온(12승 5패)은 2위서 3위로 떨어졌다.
단신외국선수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마커스 블레이클리는 31점, 13리바운드, 7어시스트, 3블록슛으로 맹활약하며 부진한 찰스 로드(12점, 8리바운드)의 공백을 메웠다. 로드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블레이클리의 선전으로 걱정이 없었다. 반면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발목부상으로 빠졌다. 오데리언 바셋이 17점을 올렸지만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3쿼터 블레이클리는 바셋의 레이업슛을 쳐내며 높이의 위용을 과시했다. 블레이클리는 4쿼터 막판 대활약으로 모비스에 승리를 선물했다.
가드형 외국선수들은 화려한 개인기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승패를 중요시여기는 감독들에게는 이들은 인기가 없는 편이다. 특히 장신선수가 다쳤을 때 가드가 대체역할을 해줄 수 없다는 점이 치명적 단점이다.
현재 블레이클리를 원하는 구단은 최소 4개 구단이 넘는다. 모비스는 네이트 밀러의 진단서를 제출할 경우 블레이클리와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모비스와 새로 계약을 맺으면 블레이클리는 첫 경기서 뛸 수 없다. 현재 블레이클리의 상태를 고려하면 그렇게 해도 이득이다.
다른 구단은 블레이클리로 완전 교체를 원하고 있다. 이 때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이 우선순위다. 여러 구단들이 블레이클리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2위였던 모비스는 블레이클리로 완전교체를 못하는 입장이다.
현재 포인트가드형 외국선수는 오데리언 바셋(오리온)과 키퍼 사익스(KGC) 둘만 남았다. 하지만 팀내 만족도가 높지 않다. 이들이 시즌 끝까지 살아남을지는 두고 봐야한다. 트라이아웃제도 하에서는 교체를 하려 해도 자원이 많지 않다. 잘하는 선수들은 이미 소속팀이 있어 바이아웃 금액이 부담된다.
지난 시즌 오리온 우승주역이었던 조 잭슨은 재계약을 거부하고 중국프로리그(NBL)에 진출했다. 잭슨은 지난 8월 이스라엘 마카비 리숀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경기 만에 퇴출당한 그는 현재 무적인 상태다. KBL과의 계약을 거부한 잭슨은 5년간 KBL에서 뛸 수 없다. 잭슨을 데리고 오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셈이다.
KBL은 최소 다음시즌까지는 트라이아웃제도를 유지한다. 본래 취지가 무색해진 장단신제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