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취하는 '인생술집', 낭만이 있는 마성의 토크쇼 [첫방②]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2.09 06: 54

어수선한 시국, 좀처럼 웃을 일 없는 요즘이다. 이럴 때 자연스레 찾게 되는 건 편안한 친구와 소탈하게 기울이는 술 한 잔. tvN이 술 향기 가득한 토크쇼로 안방에 힐링과 웃음을 선사했다. 
8일 오후 11시에 처음 전파를 탄 tvN '인생술집'은 기존의 토크쇼에서 완전히 벗어난 포맷으로 단숨에 눈길을 끌었다. MC 신동엽, 탁재훈, 김준현이 있지만 이들의 진행보다는 오가는 술잔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 
1회 게스트는 조진웅이었는데 맏형 탁재훈을 선두로 네 남자의 서열정리가 이뤄졌다. 그리고는 건배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됐고 어느새 '절친' 사이가 됐다. 반말도 허용되는 편안한 분위기로 게스트들의 뭉클한 속내까지 어루만졌다. 

가볍게 맥주만 먹는 건 아니었다. 진짜로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게스트가 선호하는 안주와 주종이 마련됐고 이들은 카메라가 있는 방송이라는 생각 없이 편안하게 취해갔다. 어느새 네 남자의 볼은 붉어졌고 쉴 새 없이 술잔이 채워졌다. 
게스트 외 시청자들의 이야기도 다뤄졌다. "짠한 세상, 짠하고 싶은 사람들의 사연을 받아 술값을 대신 내준다"는 기획의도 아래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접수받았고 이날 첫 방송에는 대학로 극단에서 배고프지만 꿈을 향해 달리는 배우들이 등장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바닥에 둘러앉은 극단 연출가와 배우들은 '인생술집' 제작진이 전한 중국요리들에 술 한 잔을 기울였다. 총 30여만 원이 계산됐는데 이들은 "극단 막내의 한 달 월급"이라며 놀라워했다. 
이들의 이야기도 뭉클했다. "극단이 무슨 영화배우들이 거쳐 가는 양성소냐", "추운 겨울 연극 포스터 붙이고 다니던 시절 200장씩 붙이고 나면 손에 감각이 없었다", "물가는 높아만 가는데 연극 배우 임금은 그대로"라며 하소연해 듣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한 배우의 이야기는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래도 난 연극 오래하고 싶다. 연극이 정말 좋다"며 "이 길을 포기한 이에게 '난 좋아하는 하나를 선택하고 100가지를 포기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에 조진웅은 눈시울을 붉혔다. 
술이 좋은 건 사람을 더욱 솔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인생술집'은 이 심플한 진리를 십분 활용했다. 게스트는 물론 MC들, 그리고 시청자들마저 술 한 잔에 자신을 내려놓게 만든 마성의 토크쇼가 탄생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인생술집'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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