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담부터 동네바보까지, 김남길 캐릭터史 [어바웃 판도라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08 07: 21

 배우 김남길만큼 강렬한 캐릭터 역사를 가진 이가 또 있을까. 안방극장에 김남길이라는 얼굴을 제대로 눈도장 찍게 한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부터 특별출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압도했던 영화 ‘도리화가’의 대원군까지, 김남길의 연기로 살아낸 캐릭터들은 여전히 숨쉬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김남길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판도라’ 속 시민영웅 재혁은 관객들에 신선함을 선사할 전망이다.
#1. ‘선덕여왕’(2009) 비담

김남길을 언급하는 데 있어서 ‘선덕여왕’의 비담을 빼놓을 수 있을까. 비담은 미실(고현정 분)의 아들로, 덕만(이요원 분)만 바라보는 직진 사랑을 펼쳤지만 반란을 일으킨 후 그녀의 앞에서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덕만과의 사랑에 빠진 모습부터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까지 드라마 속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 특히 죽기 직전 “덕만까지 50보”라며 손을 뻗고 피를 흘리며 걸어가는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2. ‘나쁜 남자’(2010)
드라마 ‘나쁜 남자’는 제목 그대로 김남길의 치명적인 옴므파탈 매력이 드러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특히 김남길의 다양한 멜로 케미스트리(조합)를 엿볼 수 있었다. 문재인(한가인 분), 홍모네(정소민 분) 그리고 홍태라(오연수 분)까지 세 명의 여성이 치명적인 심건욱의 매력에 빠진 캐릭터는 김남길 배우 본인의 이미지와 높은 싱크로율을 형성했다.
#3. ‘상어’(2013)
드라마 ‘상어’는 김남길이 군제대 후 선보인 작품. 극중 김남길은 가족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여자도 져버릴 한이수 역을 맡았다. 비담부터 건욱, 이수까지 아픔이 있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옴므파탈 김남길’의 3부작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으로 김남길은 국내 남자배우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나쁜 남자 이미지를 완성했다.
#4.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이후부터는 변주의 시간이다. 김남길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본격적으로 넓혀나갔다. 이전까진 ‘나쁜 남자’의 아이콘하면 김남길을 가리킬 만큼 그의 강렬한 이미지가 대중의 뇌리에 남아있었다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맡은 장사정 역을 통해 코믹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 김남길은 고려 무사 출신 전설의 산적단 두목 장사정 역을 맡아 통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5. ‘무뢰한’(2014)
영화 ‘무뢰한’에서 김남길은 살인자를 잡기 위해 그의 여자인 김혜경(전도연 분)에게 접근한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았다. 이전까지는 가시 있는 장미이지만 안아주고 싶은 느낌을 줬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냉철하고 비정한 김남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혜경에 빠져가는 재곤의 심리적 갈등, 김남길이 ‘칸의 여왕’ 전도연과 선보인 밀도 높은 긴장감이 빛났던 바다.
#6. ‘판도라’(2016) 재혁
영화 ‘판도라’를 통해 김남길은 완전히 또 다른 영역을 선보인다. 헝크러진 머리, 트레이닝복 차림, 어머니에게 구박받는 모습만으로도 관객들이 느낄 신선함은 충분하다. 그가 영화에서 맡은 역은 발전소 직원이자 평범한 청년 재혁. 박정우 감독은 “철이 없고 동네 바보 오빠 같은 느낌의 캐릭터”라고 설명한 바. 재난이 발생한 후 가족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각오로 달려드는 찡한 가족애까지 김남길 캐릭터 역사상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라 하겠다. / besodam@osen.co.kr
[사진] '선덕여왕', '나쁜 남자', '상어',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무뢰한', '판도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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