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형' 전석호, 고집 센 배우의 이유있는 선택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12.08 07: 50

고집 센 배우 전석호가 영화 '작은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tvN '미생'의 하대리로 잘 알려진 전석호가 영화 '작은 형'으로 돌아왔다. 전석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낳아놓고 출생신고를 늦게 한 자식'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이번 작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이유는 뭘까.  
"찍은지 좀 오래됐다. 감독님의 말을 빌리자면 '애를 낳아놓고 책임지지 않았다가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맞는 것 같다. 감독님하고는 개인적으로 학교 선후배라 친하다. 만들기 전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개봉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이야기도 많이 나눴었는데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 사실 꼭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 배우들도 중요하지만, 알게 모르게 참여해준 스태프들이 많다. 그 친구들한테 특히 개봉 여부가 중요하다. 경력 필모에 들어갈 수도 있고. 누군가한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기 자식이 생기는 거니까 개봉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형'이 개봉한 것은 최근이지만, 촬영은 이미 개봉 훨씬 전에 끝났던 상태. 특히 전석호가 '미생'으로 유명세와 화제, 인기 세 박자를 누리고 있던 시기였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때 '물 들어올 때 노저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근데 드라마 같은 미디어 매체 하면서 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고 드라마라는 특성 자체가 엄청난 대중들이 보는 거지 않냐. 아직 나가기엔 이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생' 끝나고 바로 공연도 하고 이 영화도 찍었는데 좀 더 생각하고 배우고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규모, 역할과 상관없이 찾아다녔다. 남들은 예능도 나가고 드라마 인터뷰도 많이 했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너는 왜 숨냐'고 했었다. 숨은 게 아니고 공부하고 싶었던 거다. '작은 형'을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특히 전석호는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영화 '작은 형'이 좋았던 이유로 "불편한 현실을 불편하게 그려내서 좋았다"고 말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작은 형'은 장애를 앓고 있는 형과 그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은 척 해서도  힘을 줄 수 있지만 슬픈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은 '나도 슬프다'고 하는 거다. 사실 내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보지 못하는 것 뿐이지 불편한 사람이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만약 누군가 우리가 찍는 영화나 드라마 공연이 어떤 식으로 보여졌으면 좋겠냐고 물으면 그게 마음이든 힘든 상황이든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 또다른 힘든 세상이 있고 거기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서 '너도 정상이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무엇을 가지고 정상이냐고 나눌 수 있을까 생각했다. 누군가 나한테 정상 혹은 비정상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불편한 사람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처럼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배우인 만큼, 추후 어떤 장르의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독특했다. 더 나아가 로맨스 혹은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는 "관심없다"라며 다소 단호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로맨스나 멜로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 속 아름다운 정말 판타지로 보이게 할 것이냐 아니면, 또다른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 느껴지느냐인 것 같다.  어떤 작품을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알콩달콩한 사랑들을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지 않냐. 사실 나는 그 결은 아닌 것 같다. 그 결을 하면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없어질 것 같다."
로맨스의 '결'과는 맞지 않다고 직접 밝힌 것처럼 유독 악역 연기가 잦았던 것도 사실. '미생'에서도 후배 강소라를 달달 볶는 상사를 완벽하게 재현해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와 짜증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사실 내가 인상이 좋은 편이 아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세다. 주변 사람들도 항상 얘기하는데 한국 사람 같기도 하고 혼혈 같기도 하다고 하더라. 근데 연기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내가 그러고 사는 것 같다. 막 억울하고 화나다가도 사실 다 화내지는 못하고. 너무 웃긴게 나만 그러고 사는 게 아니더라. 다들 그러고 사는 것 같다. '미생'에서 (강)소라를 괴롭히고 '굿와이프'에서 검찰로서 왔다갔다 할 때도 '그냥 가지 말자. 조금이나마 '잔변감'을 남겨두자'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거기서 내 인상이 사실 한 몫한다. 목소리도 크고 말할 때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을 한다 . 드라마를 할 때도 얼굴을 들이대니까 '이 사람이 진짜 화를 내나' 싶을 정도로 제스처가 크다. 연극을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냥 내가 그런 스타일이더라."
이처럼 한 '고집'하는 배우 전석호는 자신만의 확고한 뜻과 생각을 가지고 차근차근 또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길 위에서 그가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는 뭘까.
"많이 안 가지려고 한다. 가진 게 많으면 잃을까봐 두려워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재를 즐기는 거 같다.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는 건 아닌데, 그냥 현재에 충실하게 사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나는 불특정 다수를 위해 연기하지는 않는다. 나랑 생각이 같은 특정 소수 혹은 특정 다수를 위해 연기한다는 게 목표인데, 더 좋은 기회가 온다고 한들 그것을 내가 지금 표현할 수 없고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감히 안 한다. 서른 세살에 할 수 있는게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그래서 욕심내지 않고 많이 가지려고 하지도 않고, 회사가 조마조마하는 건 있는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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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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