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그것이 알고 싶다3[어바웃 판도라③]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2.08 07: 21

2016년 최고의 문제작, '판도라'가 관객들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영화에 대한 궁금증 네 가지를 짚어봤다.
#1. 왜 제목이 '판도라'일까.
'판도라'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대부분의 영화들은 영화의 내용이 관객들에게 손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영화의 내용을 담는 제목을 짓는 게 보통이다. '판도라'와 맥락을 같이 하는 재난영화들, '부산행', '터널' 등 역시 그러하다.

하지만 '판도라'는 영화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는 관객들에겐 어려운 제목일 수 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라는 질문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박정우 감독이 처음부터 '판도라'를 고집했던 건, 이것만큼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제목도 없기 때문이었다. 판도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화에서 나온 말이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고, 인류를 위협하는 온갖 불행한 것들이 튀어나왔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나 맨 마지막, 희망도 상자에는 담겨있었고 희망이 상자를 나오면서 인류는 희망의 끈을 잡고 살아갈 수 있었다. 영화 '판도라'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이 대한민국을 덮쳤지만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남는다.
박정우 감독은 OSEN과 가진 인터뷰에서 "제목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았다. '판도라'가 딱 맞는 것 같았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순간부터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고 생각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재앙과 불행이 왔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희망이 남아있었더라. 오히려 더 잘 맞는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우리가 절망만 말하고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희망을 찾아야 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에 절묘하게 잘 맞는다는 기쁜 마음으로 제목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2. 원전 사고..얼마나 닮아있을까.
영화는 처참하다. 아직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원전 사고는 보기만해도 끔찍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진짜 저럴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판도라'는 현실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박정우 감독은 90% 이상을 장담했다. '판도라'는 약 4년 간에 걸친 대장정 프로젝트다. 그만큼 박정우 감독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고 그만큼 많은 연구도 이뤄졌다. 
원전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이기 때문에 자료 수집에 시간이 걸렸지만, 허투로 만들 수 없다는 일념 하에 박정우 감독은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추구했다. 
그는 '판도라' 시사회 직후 참석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적 배경과 관련해 현실성은 90% 이상이다. 영화를 만들면서 사실성과 현실성을 꼭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로 가정해서 자료를 취합하고 실제 공간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영화적인 것 때문에 변형한 게 있어 100% 똑같다고 말은 못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양태는 퍼센티지로 말하기 애매한데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방사능 노출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피해는 오히려 현실과는 좀 다르게 축소시킨 것이기도 하다. 보는 관객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축소시켰을 정도다.
#3. 예고편엔 있었는데? 본편에선 어디로.
'판도라'는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실제 얼마 전 일어났던 경주 지진과 관련해 지진을 다룬 '판도라'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은 관객들을 관심을 보였고 예고편 역시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나 현 시국과 관련, 정부의 무능을 꼬집는 듯한 대사들은 소름 돋을 정도였다. 지금의 사태를 예견한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였으니 '판도라'의 예고편이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판도라' 본편을 잘 살펴보면 예고편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던 대사들이 등장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일까. 
영화는 영화다. 영화를 지나치게 시국과 연결지어 시류에 편승하려 한다는 쓴소리를 들을까 걱정했던 박정우 감독은 그저 '판도라'를 영화 자체로 판단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몇몇 대사들을 잘라냈다. 
박정우 감독은 "편집에서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비슷한 장면들은 솎아냈다"면서 "진짜 아이러니한거다. 4년 전엔 이런 대사들을 써서 개봉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괜찮을까 불안해하면서 했는데 4년 후에는 용기내서 쓴 것들을 일부로 걷어내고 있는 중이다"라면서 웃어보이기도 했다. / trio88@osen.co.kr
[사진] '판도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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