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34·한화)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하나다. 정확도와 장타력을 겸비한 타자로 한화의 중심타선을 지키고 있다. 통산 타율이 3할2푼4리, 통산 장타율이 0.533에 이른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상복은 유독 없는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실제 김태균은 뛰어난 경력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이 단 2회 뿐이다. 2005년 1루수 부문에서 첫 수상했고, 타율 3할2푼4리-31홈런-92타점을 기록했던 2008년 황금장갑 하나를 더 추가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수상한 적이 없다. 일본 진출 기간도 감안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김태균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친 거포 1루수들이 많았다. 동기생인 이대호, 3년 연속 홈런왕의 박병호, 그리고 지난해 역사적인 40홈런-40도루를 기록한 테임즈까지 걸출한 스타들이 김태균에 앞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를 공산이 크다. 8년 만의 골든글러브 수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태균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경쟁자들은 만만치 않다. 이 부문 3년 연속 수상을 노리는 이승엽(삼성)을 비롯, 닉 에반스(두산), 나지완(KIA), 박용택(LG)까지 총 5명이 경합을 벌인다. 하지만 김태균의 성적이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은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
김태균은 올해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 타율 3할6푼5리, 출루율 4할7푼5리, 장타율 0.569, 23홈런, 136타점을 기록했다. 전 경기에 뛰었다는 점이 일단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출루율은 리그 1위 성적이었다. 136타점은 개인 경력서 최고 기록. 지명타자 포지션은 말 그대로 공격만 놓고 보면 된다. 다른 포지션처럼 수비를 고려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태균의 성적이 가장 좋다.
실제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자료에 따르면 김태균의 RC/27(동일 타자로 라인업을 구성했을 때의 추정 득점치)은 11.66으로 최형우(12.60), 에릭 테임즈(11.89)에 이어 리그 전체 3위였다. 나지완(10.33, 리그 4위), 에반스(8.89, 리그 10위), 이승엽(7.67, 리그 21위), 박용택(7.25, 리그 26위)에 앞서 있다. wRC+ 수치도 역시 1위다. 나지완과 에반스의 분투도 눈에 들어오지만 김태균을 뛰어 넘지 못한다.
김태균이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2인자’ 딱지를 뗄 것이 유력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확실한 2인자의 부재다. 다른 선수들도 골고루 표를 나눠 가질 것으로 보여 김태균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반적인 공격 생산력에서 2위를 기록한 나지완, 두산의 외국인 타자 흑역사를 정리한 에반스가 전체적인 기록에서 반발자국 앞서 있기는 하지만 올해 경기 출전이 적다는 점은 약점이 될수 있다. 나지완과 에반스는 11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승엽(142경기 출전), 박용택(138경기 출전)의 팀 공헌도가 나지완·에반스보다 떨어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지명타자 부문 3연패와 통산 11번째 골든글러브를 노리는 이승엽도 베테랑의 진가를 과시했지만 올해는 전체적인 성적에서 김태균에게 밀린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인품으로 투표인단의 표심을 사로잡곤 했던 이승엽이지만 올해는 쉽지 않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