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콘]"불안하고 우울했다"..성장통 겪은 아이유의 이야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2.05 06: 55

아이유는 음원을 냈다 하면 차트 1위는 떼놓은 당상인 '음원 깡패'다. 콘서트 일부를 피처링에 참여한 다른 가수의 노래로 채울 정도로 사랑 받는 가수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그의 몇몇 노래는 우울하고 무겁다. 왜일까?
 
아이유는 3~4일 이틀간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2016년 단독 콘서트 '스물네 걸음 : 하나 둘 셋 넷'을 개최했다. 앙코르 포함 26곡을 홀로 라이브로 채웠고 3시간 넘게 지치지 않고 공연을 이끌었다. 

아이유는 2009년 'Boo'로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했고 이듬해 '마시멜로우'로 이미지를 굳혔다. 2010년에는 '좋은 날'로 3단 고음을 완성,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는 냈다 하면 음원 차트와 음악 방송 1위를 휩쓸며 대표적인 여성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의 데뷔곡은 전혀 다른 분위기다. 2008년 발표한 '미아'는 호소력 짙은 보컬이 일품인 정통 발라드곡. 상큼한 소녀 이미지로 메이킹 된 그이지만 사실 전문가들은 아이유의 음악과 목소리에 한이 서려 있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그가 만든 자작곡은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4일 열린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제 얘기를 많이 하고 싶었다"며 토크와 노래를 접목시켰다. 10년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던 때를 떠올리며 "난 우울하고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연습생 중에서도 불편한 막내였다.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현실보다 나아진 미래를 혼자 꿈꾸곤 했다"고 말문을 연 그. 
이어 "연습생 숙소는 고급 빌라였고 심지어 다른 언니들과 달리 넓은 독방을 썼다. 그렇게 따뜻한 곳에 있었는데도 못난 나였다. 숙소에 가기 싫었고 하루하루 자신이 없었다. 그 온기가 나를 더 춥게 만들었다"며 '싫은 날'과 '미아'를 불렀다. 기타 치며 노래를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 팬들은 숨죽이고 경청했다. 
다른 연습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인 10개월 만에 데뷔한 아이유다. 노래들이 점점 히트할수록 그는 더욱 바빠졌다. 하지만 그가 가수가 됐음을 실감한 건 데뷔한 지 6년이나 지난 2014년이라고. '봄 사랑 벚꽃 말고', '너의 의미', '소격동' 등 피처링하고 리메이크한 곡들이 넘치는 사랑을 받은 이유에서다. 
올해의 가수가 될 정도로 높은 위치에 오른 그이지만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불안했다고. 아이유는 "스스로 폄하했다. 나를 미워했다. 활동하기 힘들어서 집에 숨어지냈다. 심하게 먹고 잠을 못자게 됐다. 불면증에 시달리니 일의 능률이 떨어졌고 의기소침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그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앨범 프로듀싱을 맡아 네 번째 미니앨범 '챗셔'를 발표했다. 하지만 타이틀곡 '스물셋'을 비롯해 수록곡 '제제' 등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잘 나가는 뮤지션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는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다.
고민 끝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음악에 담고자 했던 아이유로서는 속상했을 터. 그는 "진짜 힘들게 만든 앨범이었는데 마무리한 날 오히려 잠을 푹 잤다. 하지만 부족하고 헛점이 많았다. 이음새가 투백했지만 과대포장 없이 그게 나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2015년, 스물세 살에 지독한 성장통을 겪은 아이유는 한 살 나이를 더 먹고 나름 성숙해졌다. 이제 내년이면 스물다섯 살. 그는 "많이 밝아졌다. 행복전도사가 됐다. 데뷔 이후로 요즘이 제일 좋다. 건강한 음악 들려드리겠다. 내년은 스스로 더 마음에 드는 걸음을 걷겠다"며 컴백을 예고했다. 
공교롭게 4일 콘서트 날은 아이유가 데뷔한 지 3000일째였다. 어느새 데뷔 10주년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셈. 밝은 얼굴 뒤 어둠을 숨기고 있던 그가 스물다섯 살엔 어떤 음악을 풀어낼까? /comet568@osen.co.kr
[사진]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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