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시네마]'아가씨'부터 '미씽'까지, 올해의 워맨스 가상어워즈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06 07: 50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워맨스’라는 단어가 충무로에 많이 보였다. 워맨스는 워먼(Woman)과 로맨스(Romance)를 합친 신조어다. 흔히 남남 커플을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라고 부르는데, 이와 비교해 여여 커플을 부르는 말이다.
훨씬 전에 생긴 브로맨스라는 단어에 비해 워맨스는 훨씬 최근에 등장한 단어. 지난 봄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를 시작으로 여름에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에 이어 겨울대전에 들어서는 길목 개봉한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감독 이언희, 이하 ‘미씽’)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워맨스 콤비가 많았고, 이에 신조어까지 생긴 셈이다. 남녀 커플 로맨스보다 불꽃 튀는 여성과 여성 캐릭터의 호흡은 흥행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들이고 있다. ‘가상으로 올해의 워맨스 어워즈를 진행한다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 후보가 여럿 떠올랐다는 점만으로도 벌써 큰 성과를 거둔 충무로의 당당한 여성 배우들이다.

#후보1. ‘아가씨’ 김민희X김태리
올해 충무로의 워맨스 열풍은 ‘아가씨’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와 백작(하정우 분)의 사주를 받고 아가씨를 속이러 입성한 하녀 숙희(김태리 분)가 바로 그 주인공. 처음 의도는 불순했을지라도 함께 하는 시간 동안 히데코와 숙희는 유대감을 쌓아갔고, 사랑에 빠진다.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학대 속에서 살아온 히데코를 구원하는 숙희, 그런 숙희를 통해 자유를 찾은 히데코가 그린 워맨스는 청소년관람불가에도 불구하고 약 428만 관객을 동원, 배우 김민희의 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니아를 낳았다.
#후보2. ‘덕혜옹주’ 손예진X라미란
‘아가씨’에 아가씨와 하녀가 있었다면, ‘덕혜옹주’에는 옹주 덕혜(손예진 분)와 하녀 복순(라미란 분)가 있다. 이 영화는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일본인 남편과 결혼하고, 조국을 떠나 낯선 타국에서 보내야했던 그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에 많은 관객이 울었다. 그런 덕혜의 유일한 동무는 바로 복순. 주종관계를 떠나 서로 의지하며 마치 가족 같은 정을 쌓아올린 덕혜와 복순의 워맨스는 영화에 약 559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한몫했다.
#후보3. ‘미씽’ 공효진X엄지원
‘미씽’ 속 지선(엄지원 분)과 한매(공효진 분)은 캐릭터 설정상 아이 유괴의 피해자와 피의자로 갈린다. 이런 영화에서 어떻게 워맨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 영화를 관람하기 전 관객의 의문 중 하나.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의문은 사라진다. 지선이 한매에게 안타까움이라는 감정도 함께 느끼게 되는 과정, 한매 역시 지선을 같은 모성애로 공감하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것. 영화를 접하기 전 아이 유괴를 둘러싼 스릴러로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두 여배우가 그리는 치열한 감정의 층을 함께 쌓아가며 흐느낄 테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각 영화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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